『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행하고 지키시오. 그러나 행실을 따라 행하지는 마시오』(마태 23, 3)
자동차도 하나의 교통문화입니다. 자동차가 귀하고 값이 대단히 비싸던 시절에는 사람이 자동차를 모셨습니다. 모처럼 시골에 자동차를 끌고 가면 동네 아이들이 나와서 만지려 하고 호기심에서 건드리기 때문에 지켜야 했으며 아이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자동차 숫자가 너무 많아져서 시골이라도 주말에는 자동차 행렬 때문에 걷기가 짜증날 정도입니다. 불과 몇년사이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자동차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음을 봅니다.
며칠전에 어떤 분과 함께 길을 건너기 위하여 건널목에서 기다리다가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지기에 건너는데 마침 자동차 한 대가 사람 건너는 길을 침범해서 절반쯤 막아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그분이 『운전하는 습관 한번 더럽다』고 투덜대며 건넜습니다. 길 건너에서 그분의 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까 그분은 시내에서도 자꾸만 경적을 울리며 가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속으로 『운전하는 습관 한번 더럽다』고 그랬습니다.
어떤 본당에서 내게 사순절 특강을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굳이 모시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마침 약간씩 비도 뿌리고 해서 결국은 내가 졌는데, 가는 도중에 길이 막히고 시간은 임박해지니까 그분의 마음이 다급해진 모양입니다. 그래서 『꼭 차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저마다 차를 끌고 나오니까 길이 이렇게 막힌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자기도 꼭 필요해서 나를 데리러 온 것이 아니면서」그랬습니다.
자기는 해도 되고 남이 하면 안되는 것은 가정에서는 어른일수록 그리고 사회에서는 높은 사람일수록 심한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자기들은 골라가면서 합니다. 사회의 지도층에서 하시는 말씀들은 다 지당한데 그분들이 행하시는 것이 지당해 보이지 않은 때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는 시키면서 자기는 예외로 처신을 하는 것이 높은 사람이 된 표시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또 그것이 권위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권리쯤으로 생각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권위가 결코 그렇게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윗사람의 권위는 아랫사람이 마음으로부터 존경할 때에 생깁니다.
이 존경심은 봉사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권위를 인정받지 못해서 권위를 세우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그들을 섬기고 있는지 반성할 일입니다. 「봉사한다」는 것은 외적인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나 어떤 실적이 아니라 마음의 자세입니다. 봉사의 수혜자들이 그 봉사자들로부터 봉사받고 있음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서도 그렇고, 스승이 제자에 대해서도 그렇고, 정치 지도자가 국민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미 2천년전에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여러분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을 높이는 사람은 낮추어지고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높여질 것입니다』(마태 23,12)
그리고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자신도 따르고 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그들이 외적으로 강압에 못 이겨 순종은 할지 몰라도 결코 마음으로부터 권위를 인정하거나 존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제생활 중에 강론만 안해도 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강론을 할 때마다 갈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처럼 살지 못하면서 말을 해야 하니 답답합니다. 그런 마음도 자꾸 되풀이 하다 보면 점점 무디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씀은 한편으로 설교자에게 위안을 줍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행하고 지키시오. 그러나 그들의 행실을 따라 행하지는 마십시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나 지도자의 이상은 바오로 사도와 함께 『여러분은 나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1고린, 11, 1)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권위를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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