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낳은 금세기 최고의 건축거장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의 특별전시회가 10월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산업디자인 포장개발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또한 22일 오전11시 개막식에는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국왕과 소피아 왕비, 김수환 추기경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화제가 됐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미공개 됐던 상당수의 작품들이 전시돼 더욱 흥미를 끌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90여회나 전시회가 열렸지만 이번 전시회는 가우디대학원이 소장하고 있는 유작만을 전시했다는 점에서 큰 특징을 갖고 있다. 건물 문짝, 창의 스테인드글라스, 쪽문 등은 이번 한국 전시회에서 첫 공개된 가우디의 유작이라고.
이날 초대 손님으로 개막식에 참석한 김추기경은 전시회를 둘러본 후 『가우디와 관련해서는 성가족성당만 알고 있었을 뿐 이처럼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은 줄은 몰랐다』며 『각 작품마다 작가의 하느님에 대한 외경이 느껴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혼(魂)이 깃들인 건축물로 유명한 가우디의 건축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회는 특히 각 대학교의 건축학도들이 꾸준히 단체관람을 하는 등 일반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충북 괴산에서 올라온 이은경(23)씨는 『가우디의 작품에서는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풍기는 게 있다』며 『마치 성당에서 하느님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경외심이 생긴다』고 말하기도.
개막식날 하루에만 8천2백명이 전시장을 찾는 등 전시기간 동안 총 3만여명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이번 전시회는 가우디의 철저한 신앙생활에서 비롯된 영성을 일반인들에게도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한국 건축가협회 강석원(루까) 회장은 『가우디는 한마디로 작품에 영혼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갖게 하는 건축가였다. 이번 가우디전은 이런 그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호평하고 『특히 가톨릭 건축가로서 그의 역할은 독보적이었다』며 『영성과 신앙, 신학과 철학이 가미된 그의 성당건축은 많은 이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뜨요 저택
본층에 있는 오라토리오 홀을 분리하는 칸막이와 현관으로 들어오는 문(위)이다. 곡선으로 된 천정과 「sivas」형태 또는 부조로 된 둥근 것들이 눈에 띄는 유리창 등 모든 면이 휘어져 있다.
저택의 옥상에 있는 8개의 굴뚝(아래). 휘어진 표면은 조각난 채광창의 유리로 덮혀 있으며 석회 반죽으로 덧칠한 위에 시멘트로 고정시켰다. 건물 뒤쪽 다른 굴뚝들의 몸체는 곡선으로 되어 있다.
성가족교회
가우디가 전 생애를 바친 작품(Holly Family Temple, 1883~1926)으로 완성하지 못하고 죽었다. 1926년 6월10일 그가 죽은 이후부터 다른 건축가들이 도면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건축 중에 있으며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건축사상 하나의 성당에 이렇게 방대한 상징이 함축된 일은 드물다. 같은 모델을 반복하여 사용하고 입구의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의 상징이 집중적으로 표현된 고딕의 대성당 중에서도 성가족교회가 지닌 상징주의에 비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징주의는 조각적, 회화적일뿐 아니라 건축적 성격을 갖고 있고, 볼트와 첨탑 그리고 종탑 등에는 수도회 창립자들의 상징이 짜 넣어져 있다.
◆가우디의 생애와 건축
조각같이 기괴하고 인상적인 형태로 인해 금세기 최고의 기인 예술가로 알려진 가우디는 그의 독창적인 작품과 종교적인 삶으로 인해 우리에게 적잖은 교훈을 주고 있다. 20세기 전반 기능주의 건축사가들에 의해 이단으로 평가되어 역사에서 지워졌던 그가 오늘날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몰개성적인 현대의 건축환경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절실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
가우디는 스페인 지중해 연안의 까딸루냐 지방에서 구리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나 연로한 부친과 조카딸을 데리고 일생을 독신으로 산 독실한 가톨릭 신자 건축가이다. 그는 하늘과 땅, 인간과 식물을 찬찬히 관찰하는 타고난 정신으로 자연에서 직접 건축을 배웠다. 학창시절 정규학과 공부보다는 현장의 일과 철학과 미학에 더 열중하였으며, 졸업과 동시 파리 박람회를 위한 전 시대 디자인을 계기로 평생 그의 후원자가 된 에우제비오 구엘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이후 건축가로서 조숙한 성장을 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미완성을 포함하여 17개에 불과하지만 하나하나 모두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창성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역사적인 여러 양식으로부터의 해방과 「생물학적」양식에 대한 어프로치를 통해 작업하였는데 꾸불꾸불한 곡선, 다채색의 모자이크, 나뭇가지와 같은 구조체 등 자연에서 치한 유기적인 형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구조적 요소를 구성하고 있다.
그는 만년에 성가족대성당 건축에 헌신적으로 몰두하였다. 그는 이 성당의 건설에 전념하기 위해 모든 것에서 자신을 격리시키고 공사현장에서 생활하면서 고통과 희생을 감내했다. 건축 자금조달을 위해 거리에서 탁발승처럼 손에 모자를 들고 모금을 하기도 하고 주교와 교류하면서 교회와 전례에 대해 체계적인 공부도 하였다. 이러한 신앙과 전례에 대한 지식이 그의 상상력과 빛나는 재능과 결부되어 종교적인 상징들을 건축적 형태와 완벽하게 배합될 수 있게 하였다.
가우디의 삶과 작품은 「진정한 고딕 건설자」가 행했던 것 신앙과 정렬과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천재성, 바로 그것이다. 가우디의 건축은 마치 지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쇠약해가는 대중에 대해 준엄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감정의 폭발과 같은 것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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