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인 사랑
아우구스티누스는, 주님의 물음과 베드로의 사랑 고백은 자기 자신보다 하느님과 이웃을 더 중히 여기는 이타적 사랑이라는 사명으로 마무리된다고 설명한다. 주님께서는 지금 베드로에게 ‘내 양들을 위해 죽을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
세 번의 부인 뒤에 이제 세 번의 고백이 따릅니다. … 목자를 부인하는 것은 두려움의 표시고, 주님의 양 떼를 돌보는 것은 사랑의 직무입니다. 하느님께 순종하고 그분을 섬기고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랑삼으려거나 권력을 휘두르려는 또는 이익을 얻으려는 욕망에서 그리스도의 양 떼를 돌보는 이들은 그리스도의 양 떼가 아니라 자신의 양 떼로 삼으려는 이들을 돌보는 것이며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죄를 짓고 있습니다. …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 내 양들을 돌보아라”는 말씀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네 자신을 돌볼 생각은 말고 나의 양들을, 너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으로 여기며 돌보아라. 그들 안에서 너의 영광이 아니라 나의 영광을, 너의 주권이 아니라 나의 주권을, 너의 이익이 아니라 나의 이익을 구하여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는 위험한 시대에 속한 이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 이 악의 시작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자의 무리에 속해 있음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아우구스티누스 『요한 복음 강해』 123,5).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여기서, 당신의 피로 사신 양들을 종에게 맡기십니다. 그러면서 그 종에게 피를 흘리기까지 고난받을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십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너에게 맡긴다.’ ‘어떤 양 말입니까?’ ‘내가 내 피로 산 양들 말이다. 나는 그들을 위해 죽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들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도록 하라.’ 실제로, 인간 주인의 인간 종은 죽인 양을 돈 주고 사지만, 베드로는 자신의 핏값으로 양을 지켰습니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296,4).
“…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요한 21,18).
젊었을 때와 늙었을 때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신 젊었을 때와 늙었을 때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한다.
왜 예수님께서는 “네가 젊었을 때”라고 하신 다음 “그러나 늙어서는”이라고 덧붙이셨을까요? … 세상의 눈에 젊은이는 쓸모 있고 늙은이는 쓸모 없습니다. 그러나 나와 함께하는 삶은 그렇지 않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늙으면 젊음의 정념에 방해받지 않아 고귀함은 더 밝게 빛나고 용기도 더욱 탁월해집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은 베드로를 겁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발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베드로의 사랑과 그가 이 축복을 오래 갈망해 왔음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지도 알려 주십니다. 베드로는 늘 그분을 위하여 위험에 처하기를 바랐으므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힘을 내어라. 내가 네 소망을 들어 주겠다. 너는 젊었을 때 당하지 않은 고통을 늙어서 겪게 될 것이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요한 복음 강해』 88,1).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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