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관을 쓰고 십자가를 진 학생이 차가운 땅에 맨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긴다. 병사 복장을 한 학생들은 냉엄한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그 뒤로 천을 두른 학생들이 고개를 숙인 채 따라나선다. 안쓰러운 얼굴로 행렬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신자들 사이에는 흐느끼며 우는 사람도 보인다.
수원대리구 서둔동본당(주임 한승주 신부) 중·고등부 학생들이 1일 주님 수난 성지주일 오전 10시30분 성당 마당에서 펼친 ‘주님 수난 퍼포먼스’ 모습이다.
사형선고에서부터 3번의 넘어짐과 마리아와의 만남, 시몬의 도움 등을 연출하며 성당마당에서 제대까지 이어진 이 행렬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십자가에서 성시(聖屍)를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실감 나게 연기해 신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주임신부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회가 기획, 3주 전부터 신자들에게는 비공개로 연습을 해왔다. 연습에 참여한 중·고등부 학생들은 관련 영화 등의 자료를 보며 십자가의 길 행렬의 모습을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교사들과 함께 고민, 아이디어를 수합해 의상, 소품 등 세세한 표현에도 신경을 썼다.
이날 예수 역을 맡은 연수원(베드로·16·서둔동본당)군은 “4월인데도 춥고 십자가가 무거워 겨우 10분 정도의 퍼포먼스가 너무 힘들었다”면서 “평소에 말로만 예수님이 십자가를 졌다고 알고 있었는데 예수님의 수난을 더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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