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월요일 해도 뜨지 않은 컴컴한 새벽에 봉헌되는 평일미사 시간, 마리아 할머니께서 성당 맨 앞줄에 떡하니 앉아계신 것이 아닌가.
대체 언제, 어떻게 온 것일까? 반가운 마음과 함께 놀란 마음도 매우 컸다. 공소에서 성당까지는 젊은 사람이 잰걸음으로 움직여도 40분은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이 꼬부랑 할머니는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해 1시간을 넘도록 쉬지 않고 걸어왔단다. 공소에서 출발한 시간은 새벽 네시 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컴컴한 새벽길을 한 시간도 넘게 걸어왔다는 말에 기가 찼다.
사실 마리아 할머니는 평일엔 미사가 없는 줄 아셨다. 한 신자에게서 평일미사에 대해 듣게 되면서부터 이후 할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미사에 참례하셨다. 묵주기도 하는 방법도 배워, “묵주기도를 하면서 걸으면 성당에 금방 도착한다”며 자랑까지 하셨다.
그날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짚고 또 한 손으론 묵주알을 굴리면서 부지런히 걸어오는 ‘대단한’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저 ‘거지 할머니’로 불렸던 그가 주일미사는 물론 평일미사까지 빠짐없이 참례하는 것은 그동안 못한 신앙생활을 다 하려는 정성인듯 했다.
또 어느 날엔가는 본당 성모회 회합이 있어서 훈화와 강복을 하러 갔는데, 그곳에 또 마리아 할머니가 계셨다.
“마리아 할머니는 회비도 못 내시는데 성모회에서 받아줍니까?”라고 물었더니, “어떤 신자분이 대신 회비를 내 준다”고 말하면서 성모회에 가입하신 걸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하셨다. 그날 이후 누구보다 부지런히 본당 일을 거드는 할머니의 또 다른 모습이 매일같이 성당을 오갔다. 당시 성모회원들은 성당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매일 성당에 나와 태양고추를 만들거나, 깻잎에 찹쌀풀칠을 해서 말리고 또 산나물도 포장해 파는 등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허리도 구부정해지고 연로한 터라 궂은일을 하는 것이 녹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늘 묵묵히 일하는 마리아 할머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행복 덩어리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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