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급격하게 외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아직 신자들에게 가톨릭문화가 내면화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문화를 내면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가톨릭철학이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3월 24~25일 한국가톨릭철학회 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신승환(스테파노·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회장이 한국가톨릭철학에 주어진 과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신 회장은 1999년 2월 창립 이래 한국교회에 부족했던 가톨릭철학 연구 활동을 촉진하고 보급하는데 힘써온 한국가톨릭철학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교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에는 철학이 ‘어렵다’, ‘우리와 별개다’라는 편견이 많아요. 독재 시절 등 표현이 어려웠던 시기에 철학자들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순수이론만을 다루면서 생긴 현상이죠. 사실 우리와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고 푸는 학문이 철학입니다.”
한국가톨릭철학회는 연 2회 심포지엄과 학술지 배포를 통해 연구 활동을 진행해왔지만, 대중에 가톨릭철학을 알리는 작업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신 회장은 2년간의 임기 중 가톨릭철학이 좀 더 대중에게 밀접히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하려 하고 있다. 특히 철학을 통해 가톨릭문화를 신자들 사이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작업은 철학이 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공동선을 이야기할 때 미국과 유럽의 공동선을 이야기한다면 소용없잖아요. 가톨릭문화를 철학적으로 읽고 우리 정신세계에 연관된 문화로 이어주는 작업에서 문화의 변화가 생겨나는 거죠.”
신 회장은 가톨릭철학이 직접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국 가톨릭철학은 서구에서 시작된 가톨릭문화를 그대로 가져왔을 때 오는 괴리감을 없애주고 우리나라의 정서와 의식에 가톨릭정신이 녹아들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이 작업에는 긴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도 가톨릭정신이 뿌리내리는데 적어도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적인 문화, 한국적인 정신세계 안에 가톨릭정신이 뿌리내리기 위한 철학적 작업이 널리 퍼지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회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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