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교황은 멕시코 순방 사흘째인 3월 25일 실라오(Silao)에 있는 과나후아토(Guanajuato) 200주년 기념공원에서 거행된 야외미사에서 가난과 부패, 폭력으로 고통받는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언급하면서, ‘더욱 정의롭고 형제애로 가득찬 사회’를 건설하도록 하느님과 성모의 전구에 신뢰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약 64만 명이 참례한 것으로 집계된 이날 미사에서 “하느님께서는 생명이시기 때문에 오직 그분만이 충만한 생명을 선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악은 오로지 인간 마음의 변화를 통해서만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그리스도왕의 표징을 상기시키면서, “하느님 나라는 힘과 폭력으로 적을 무찌르는 당신 군대의 힘으로써가 아니라, 희생과 진리로써 세상에 전해지는 하느님 사랑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이러한 언급은, 인간 사회의 진보를 핑계로 교회의 사회교리를 마르크스주의나 다른 세속적 이데올로기와 뒤섞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 교황은 이에 앞서 멕시코행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교회는 정치 권력이나 정당이 아니다”며 “교회는 도덕적 실재이고 윤리적 힘”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25일 미사 강론에서는 현재 멕시코의 사회 문제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사 후 삼종기도를 통해 “많은 가족들이 강제로 헤어지거나 피난길을 떠났다”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가난, 부패, 폭력, 마약 밀매, 가치관의 붕괴, 조직 범죄의 증가 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1920년대, 당시 정부의 가톨릭교회에 대한 억압에 저항했던 본거지였던 과나후아토에서 교황은 비폭력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통해 “복수의 칼을 던지고, 증오심을 버림으로써 형제애를 증진할 것”을 간구했다.
▲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전용차를 타고 입장하고 있다.
쿠바
26일 멕시코를 떠나 쿠바로 향한 교황은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산티아고 데 쿠바의 혁명광장에서 야외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쿠바교회가 반세기 동안 공산주의 아래에서 겪은 고통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인간의 자유는 구원과 사회 정의의 실현 두 가지에 다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20만 명이 참례했고 수만 명이 인근 도로를 가득 메웠다. 공항에서부터 교황을 맞이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도 신자석 맨 앞에 앉아 있었다. 교황이 도착하기 앞서 쿠바의 수호성인인 엘 코브레의 사랑의 성모상이 환호하는 신자들 사이를 통해 입장해 제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교황은 강론에서 “신앙을 잃어버린 사회는 비참한 현실로 떨어질 것”이라며 “하느님을 제쳐둘 때 세상은 인간 존재에 가혹한 곳이 될 것이고, 하느님과 떨어지면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멀어져서 허무로 던져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1998년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쿠바 방문에 대해 상기시키면서, 인내심을 갖고 가톨릭교회가 대화와 협력으로 쿠바의 공산주의 정부와 함께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교황은 “인내와 믿음을 갖고 어떤 반대도 받아들이자”며 “새롭고 개방적인 사회, 더 나은 사회, 인간 존재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노력하자”고 권고했다.
교황의 이번 쿠바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순방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안에서 이뤄졌다. 공산 통치 이후 처음으로 신학교가 건립됐고 라울 카스트로 스스로 지난 2010년 신학교 개원식에 직접 참석했다. 여러 성당에서 개보수 공사가 허용되기도 했다.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은 많은 정치범들의 석방을 이끌어낸 정부와의 대화에 주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번 순방 기간 중에는 특히 미국의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을 비난하면서, 이러한 경제 제재는 쿠바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강경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러한 일관된 교황청의 입장은 쿠바 정부 입장에서는 강력한 지지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