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림동성당 세례대 전경.
▲ 마르크(Br. Marc, 1931~ ) 수사, ‘부활’, 유리화, 2004년, 의림동성당, 제천, 충북.
마르크 수사는 예수님의 부활을 나비 형상으로 단순하게 표현했다. 오래전부터 나비는 예수님과 인간의 부활을 표현하기 위해 성화에 즐겨 사용됐다. 애벌레, 번데기, 나비로 표현되는 나비의 일생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상징한다. 각 창문에 새겨진 27마리의 노랑, 파랑, 초록색 나비들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오늘날 우리들 곁에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머물고 계심을 나타낸다. 특히 성당 마룻바닥에 새겨진 유리화의 그림자는 주님께서 신자들의 마음을 곱게 물들이시는 것처럼 보인다.
▲ 세례대의 부활 유리화 부분.
오래전부터 세례 성사는 그리스도교에 입문하는 성사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또한 세례가 베풀어지는 세례대도 모든 성당에 마련됐고 그 위치는 제단을 마주 보는 성당의 입구에 자리 잡았다. 이것은 세례성사가 모든 성사의 기본이 되고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세례를 받은 신자는 비로소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제단 가까이 나아가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모시며 부활하신 주님과 영적으로 일치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성당에서 세례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의림동성당의 세례대와 유리화 ‘부활’을 바라보면서 기억도 못하는 나의 유아세례 때를 상상해 보았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읍내에 있는 성당으로 데려 가 선교사 신부님을 통하여 유아세례를 받게 하셨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나와의 첫 번째 인연은 시골 본당의 작은 세례대에서 맺어졌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제천에 있는 작은 성당의 세례대와 유리화 ‘부활’ 앞에 서 있다. 단순한 세례대와 아름다운 유리화를 바라보면서 오래전 유아세례 때를 회상하면서 그 시절의 사람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