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순(耳順)의 나이인 김현옥 수녀(성가소비녀회)는 스스로를 「인간 복덕방」이라 지칭한다.
10여년째 가정간호 호스피스 봉사를 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싸고 좋은 집을 중개해주는 복덕방처럼 간호가 필요한 이들을 적절히 치료하고 병의 정도에 따라 알맞은 병원을 연결시켜주는 일이 마치 부동산 중개소 업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30여명의 환자들을 방문하기 위해 수도회에서 마련해준 차를 몰고 다니느라 살이 빠지지 않는것 같다고 여유있는 웃음을 보이는 김수녀.
김수녀에게 핸드폰과 호출기는 필수품목 제1호다. 자신들이 돌보는 환자들에게 죽음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호출기와 핸드폰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수녀로서는 처음으로 가정간호 호스피스를 시작한 김수녀는 최근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유재라 봉사상을 받았다.
특별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뜰만큼 가난한 이들을 방문, 그들의 임종을 지켜주고 말벗이 되어 주었던 김수녀에게 유재라 봉사상 수상은 앞으로 더 많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라는 소명감을 불어넣어준 계기가 됐다.
“당연히 해야 할 일” 겸손
「수도자로 간호사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큰상을 받은 것이 부끄럽다」는 것이 김수녀의 수상소감이다.
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전신인 가톨릭의대 간호학과 1회 졸업생이기도한 김수녀는 어린시절 2차 대전과 6ㆍ25 등을 거치면서 아픈 이들과 함께 일생을 보내고자 하는 꿈을 가졌고 그것은 나이팅게일 정신으로 일생을 봉헌하는 길로 접어들게 했다.
현재 그는 수도회서 운영하고 있는 신대방 가정간호 호스피스에 적을 두고 2명의 수녀, 10명의 봉사자와 함께 가정간호 호스피스 활동을 펴고 있다. 그가 맡고있는 환자들은 종합병원, 성가복지병원, 각 구청 보건소, 모현 호스피스, 각 성당에서 의뢰하는 이들 등 다양하다. 평균 30여명 정도를 1주에 4회 혹은 1회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환자들은 임종이 가까운 자, 무의무탁자로서 입원이 필요한 환자, 심한 욕창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이다.
이들을 찾아 김수녀는 욕창을 치료해주고 때로는 대소변도 가려주고 요도관을 삽입해주거나 교환해주는 등 그야말로 3D라 할 수 있는 일들을 기도와 함께 해주고 있다.
환자들을 대하느라 진이 빠지고 피곤하더라도 그들이 자신과의 대화 기도를 통해 평안함을 갖게 되거나 임종을 꿋꿋이 맞는 사례를 볼 때 김수녀는 보람과 힘을 얻고 「감사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주2회 수지침봉사도
성가복지병원 양로원 등에서 사도직 활동을 하다 93년 연세대학교에서 호스피스 과정을 연수받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정간호 호스피스 활동만을 하고 있다는 김수녀는 여러 환자들의 죽음을 지켜볼 때마다 자신에게 닥칠 죽음을 생각하면서 생에 대한 겸허함과 살아있는 이들과 죽은 이들의 통교를 기억한다고 들려줬다.
김수녀는 현재 임종 환자들을 돌보는 일 외에도 1주 1회 혹은 2주 1회 수도회가 운영하는 양로원을 방문,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한편 의료진료를 도와주고 있고 1주 2회 수지침 봉사도 하는 등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여력이 닿는 대로 시골벽지는 어렵더라도 도시빈민들을 찾아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는 김수녀. 전반적으로 아직은 가정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이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이 추진중이니만큼 활성화를 기대해볼만하다고 말한 그는 특별히 위령성월을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먼저가신 이들을 기억하고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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