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견진의 의의
견진으로 인해서 교회의 구성원은 인격적으로 변형되어 한층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될 뿐 아니라 그에 합당한 삶을 살게 된다. 그는 하느님의 영으로 무장되어 교회 공동체의 삶을 살면서 선교와 증거라는 이중봉사를 사명으로 수행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구원(해방과 생명)사업에 활동적으로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그 하느님의 영이 바로 성령이시다. 성령은 당신의 선물로 견진을 받은 그리스도인을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선교와 증거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견진을 받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선교와 증거를 적극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가?
성령의 활동이란 항구하게 회개하게 하고 형제적 사랑에 의해 친교를 이룰 수 있게 하며 봉사는 물론이고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증거를 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은 선교와 증거라는 표현으로 함축해서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또한 교회 공동체 내부적으로도 그렇고 외향적으로도 마찬가지로 행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선교와 증거라는 표현은 교회 공동체 대내외적 차원에서 동시적으로 알아들어야 마땅하다.
사실 성령의 활동을 현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제도와 은사영역이다. 성령에 의한 제도는 봉사를 기능으로 한다. 그런데 성령에 의존하는 교회는 봉사를 자신의 기능으로 한다. 따라서 교회는 제도 자체이다. 교회라는 제도를 통해서 성령의 활동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인 교회가 수행하는 봉사기능을 구체적이면서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직무이다. 바로 직무가 성령의 은총이 드러나는 모습인 은사 혹은 카리스마의 형태인 것이다.
성령의 은총의 현현(선물)인 은사의 형태로서의 직무는 하느님의 백성이 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그리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공적 직무와 일반 직무가 그것이다. 그 차이란 일반 신도의 일반적 봉사와 지도자들 또는 지도자 팀의 특수한 봉사라는 그런 의미에서의 차이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구원된 자의 표상을 잃어버린 거짓 예언자들을 분별해 내야 할 필요성에 의해서 일반 직무가 은사적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분별책임이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위임되어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직무들은 서로가 보충적이다.
결국 견진을 받은 사람은 자신에게 부여된 은사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 달리 말하면 쉬임없이 성령께서 활동하시도록 해 드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그분께 문을 열어 놓고 또 함께하는 세상 사람들 안에 계신 그분께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분께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기도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교회 공동체 대내외적으로 선교하고 증거할 수 있게 하시는 분도 성령이시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하게 하시는 분도 성령이시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견진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기도하는 사람으로 인격적인 변형을 이루게 된다. 그것은 성령께 철저히 의존함으로써이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이야말로 견진의 성사성을 제대로 드러내는 사람인 것이다.
견진예식의 상징체계
견진성사는 예식자체가 단순하면서도 간단하다. 적절한 성서본문들을 봉독한 후 후보자들은 호명과 함께 교회 공동체의 대표인 주교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면 주교는 성서말씀의 의의와 그들이 함께 나눌 행위의 의의를 설명한다.
후보자들을 그 가르침에 대한 응답으로 세례 때 증거했던 것 곧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정체와 사명을 자신의 것으로 하면서 「사탄의 세력을 구축」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은총사건 혹은 신비사건을 구체화하겠다고 고백했던 것을 갱신한다.
그러면 주교는 성령의 힘이 그들에게 더욱 강렬하게 부여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면서 후보자들의 머리위로 손을 내뻗는다. 그 후 주교는 공동체가 성령을 후보자와 함께 나눈다는 표시로 각자의 이마 위에 도유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견진성사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상징체계가 두드러진다. 이 두가지는 전통적으로 성령을 베푸는 그리스도교의 상징들이다. 하지만 그 상징들이 표시하는 것은 결국 세례안에서 신참자와 공동체 양측이 수행했던 바다.
그러므로 견진성사는 세례의 약속을 확증하고 반복하는 의식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후보자를 더 넓은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세상안에서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상징으로, 성령의 힘을 받아 증거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성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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