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대희년을 3년 남짓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세계교회는 2천년까지의 기간을 「회개와 증거」로 살아가고자 하는 다짐을 보이고 있고 한국교회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회개와 증거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평신도들에게 있어서는 각자가 처해있는 「오늘」의 현실안에서 복음의 메시지에 상응하지 못하는 삶의 단편들을 찾아내고 하나씩 바꾸어가는,「새로운 복음화」주체로서의 역할이 요구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경우 아직 교회안에서 평신도들의 역할이 미미하고 아울러 사회안에서도 신앙인답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만만치 않다.
11월17일은 제29회 평신도의 날. 과연 한국 평신도들은 이 같은 새로운 기류안에서 어떠한 결의를 갖고 또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인가. 본지는 29회 평신도의 날을 맞아 전국 각 사도직 단체장들 및 임원들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평신도 자신이 생각해보는 현재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문제점과 해결점을 찾아봄으로써 한국교회 평신도 문제를 단편적이나마 함께 생각해보기 위함이다.
교리지식 부족ㆍ자질 항상 노력
신앙과 삶의 일치
질문내용
① 현재 한국교회 평신도들이 풀어야 할 문제점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②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강형일
(서울 세나뚜스 단장)
① a. 기도를 잘하지 않는 것이다.
대다수 신자들이 가정에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기도없이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b. 전교를 하지 않는 것이다. 특별한 단체원(예:레지오단원)이외에는 전교를 전혀 하지 않는다. 전교는 신앙인으로 반드시 수행해야 할 사명이라 생각한다.
② 평신도 스스로 먼저 각성하고 영성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다짐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교회당국의 지속적 관심이 있어야 한다. 교육피정 등을 자주 마련, 평신도들의 영성을 높이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교회지도자들과 평신도들이 혼연일체가 될 때 2천년 대희년이 뜻깊게 될 수 있을 것이다.
◆ 유양수
(한국 꾸르실료협의회장)
① a. 평신도들이 바로 교회이며 교회 주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 본다. 주일미사 참례자수의 감소, 성사생활의 소홀, 성직자 수도자 의존 등의 사고방식은 마치 평신도들이 자신을 교회의 고객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b. 다른 문제 하나는 기도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최첨단 기술 초현실주의 물질주의 등은 우리를 사고에서부터 멀리 떼어내 버렸다. 스스로 그리스도인인가? 하고 질문 하는 일 조차 잊은 듯 하다.
② 회심이다. 이것은 회심하려는 의지에서만 가능하다. 일차적으로는 교육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박상일 남총자 부부
(ME 한국협 대표)
① a. 신앙을 바탕으로 한 깊은 종교관이 없다. 교회내 활동을 기존 사회단체 기업 등의 수준으로 답습하려는 경향이 농후하다. 즉 평신도들이 교회안에서 담당하게 되는 직분을 수행하는데 있어 교회적 관점을 갖고 참여하기보다는 평범한 사회적 상식 아래서 자기 스스로를 여과없이 단순히 이해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짙다. b. 교회에 대한 이해나 신앙인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교리수준이 미약하다.
②초대교회 공동체 신앙을 돌아보는 신앙적 가치관의 쇄신이 필요하다. 순교선열들의 신앙을 본받는 노력이 요구되며 보다 활발한 신자 재교육도 절실하다.
◆ 박청광
(성빈첸시오 전국이사회장)
① a. 사도직 수행을 회피하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전례나 성서적 지식이 부족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이로인해 공동체 참여로 갖는 흥미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b. 삶과 일터에서 신앙이 일치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신자임을 숨기는 사례가 많다. 이것은 크리스찬답게 살지못하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② 지역과 직장단위의 소공동체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복잡한 사회구조와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산업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 피정과 교육기회가 부여되고 하느님 말씀을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단체가입 등을 통한 말씀의 실천이 생활화 되어야 한다.
◆ 박애주
(가톨릭 여성협의회장)
① a. 참 신앙인으로서의 자세확립이 부족하다. 겉치레적인 행사만 많고 실제적인 신앙의 실천이 없다. 이러한 것은 평신도들이 전반적으로 빈곤층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중산층 신분에 안주하며 어려운 이들을 돕는 작업이 부족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b. 성서나 교리공부 등 교회적인 지식을 쌓고 알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가톨릭신자들이 「여호아증인」등에 현혹되는 것이 바로 여기서 연유된다고 생각한다. 말씀을 제대로 알지 못할때는 「맹신」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② 평신도들의 자질향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사회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가지고 있어야할 시선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있을 때 변화하는 사회안에서 참 믿음을 갖고 그리스도인다운 자세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화복
(가톨릭 언론인회장)
① a. 가장 보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평신도들이 신앙에 대해 확고한 주관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사참례만으로 그리스도인의 의무를 다한 듯 생각하고 있다. 즉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결여돼 있다. b.세상안에서의 그리스도교 신자가 갖는 역할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신자라는 이름만으로 안주한다.
② 사회안에서 교회가 갖는 사명을 깊이 인식하는 자기반성부터 있어야 한다. 교회라는 조직안에 있는 것만으로 신자로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회안의 평신도 소명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황연흥
(가톨릭 노동청년회)
① a. 평신도들도 교회를 이루는 같은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성직 수도자들에게 의존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결국 성직 수도자 위주의 교회모습을 이루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b.성서지식과 교회 전반에 걸친 교리지식, 특히 사회교리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철저한 신앙인의 믿음과 하느님에 대한 신뢰가 미약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타종교로 개종하거나 타성적인 신앙생활로 빠지게 되는것 같다.
② 평신도들의 의식화 교육과 올바른 신앙교육이 있어야 한다. 특히 주입식 교육이 아닌 실생활과 연결되어지는 실천적인 신자 재교육이 있어야 한다. 교육방법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공동체 교리교육 및 성서공부에 있어서 까르딘 추기경이 제시한 방안처럼 「관찰」 「판단」 「실천」등의 실제적인 방법도입이 필요하다.
◆ 이미효
(가톨릭 맹인선교회장)
① 사회안에서 평신도들이 실천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식별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예를 들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애인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② 신앙과 삶의 일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상이 변하는 추세에 맞추어 평신도들의 신앙 실천방법과 모습도 변화되어야 한다. 특히 장애인들의 경우 일반신자들과 잘 융화되지 못하고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그들을 함께 이끌어 줄 수 있는 고리가 없고 공간과 봉사자 자금 등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 안계춘
(가톨릭 교수협회장)
① a. 신앙적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고 일상생활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b. 사제중심적인 교회 운영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② 사회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이 드러날 수 있도록 그리스도신자로서의 소명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이웃들이 교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쇄신이 있어야 한다. 또한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교회운영에 참여하는 모습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 김선무
(한국 가톨릭병원협 사무총장)
① 냉담자들의 증가와 냉담은 아니더라도 교회법 즉 금욕이나 각종 예법들을 잘 지키지 않고 두리뭉실 넘기는 잠재적 냉담에 있다고 본다. 냉담자들의 증가 등 일련의 문제점들은 개인적 신앙심의 문제와 함께 영세제도 상의 문제로 생각된다. 본당이 아닌 교회 유관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교리공부 후 세례를 줄 수 있도록 한 현 방식은 본당과의 연계성이 약해 이들의 냉담이 늘어난다고 생각된다.
② 교회유관기관이나 단체에서 교리교육은 가능하게 하더라도, 영세식에 관한 절차(대자, 영세식, 구역소개)는 구역본당에서 하도록 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 한국교회의 환경을 평신도들의 참여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조직화하여 재정립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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