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은 불효” 인식이 문제…「시한부묘지제」(납골당) 도입 시급
현황과 문제점
사람이 살아가는데 「생활과 생존의 공간」이 필요하듯이 사망한 뒤에도 「주검 공간」이 필요하다고 조상들은 믿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죽은자에 대한 효의 개념으로 묘지를 단장해 왔고 그러한 풍습들이 민족적인 정서로 계승돼 매장 제도는 한국의 전통적 장례 풍습으로 자리를 굳혀 왔다.
이러한 결과로 전체 국토면적 중 묘지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주거면적의 절반을 넘어서고 공업지역의 3배가 넘을 정도로 전 국토가 묘지화 되는 기이한 현상에 빠져들게 됐다.
한마디로 「주검의 공간」이 빈약한 자의「삶의 공간」을 빼앗는 현상을 초래하게 됐고 토지이용의 효율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사망자의 80%이상이 매장제에 따라 장례를 치루고 있는 형편이며 전체 분묘수는 약 2천만기에 달한다고 한다. 아울러 매년 20만기씩의 묘지가 증가,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2백70여만평이라는 거대한 국토가 효용가치가 상실되는 묘지로 잠식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해마다 화장을 하는 경우도 0.5%씩 늘어나 20%정도로 육박하고 있지만 일본97%, 태국90%, 홍콩72%, 스위스67%, 영국60%의 화장율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화장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중국과 같은 경우는 모든 사람들이 매장을 못하도록 아예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이처럼 화장비율이 낮고 매장제에 따른 묘지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해 흔히 조국(祖國)의 개념을 조상의 유골이 묻혀있고 나의 뼈가 묻힐 땅으로 보는 우리민족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아울러 조선시대 이후부터 유교의 조상숭배 사상과 풍수지리설, 음양오행설 등이 뒷받침되면서 한국의 묘지제도는 매장위주의 풍습으로 정착돼 왔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화장제가 늘고 있긴 하지만 연간 0.5%정도씩 극히 미미하게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화장 후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하지 않고 곧바로 소산(消散)시켜 버리는 화장방식에도 그 원인이 있는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민족은 조상의 유골을 흔적도 없이 날려 보낸다는 생각에는 크게 찬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는 심각한 지경에 이른 묘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93년부터 묘지면적의 축소 및 호화묘지 금지, 화장제 및 납골당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입법안을 마련, 전 국토가 묘지화 돼 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부는 묘지문제를 풀수 있는 중요 관건중의 하나가 종교단체의 태도라고 판단하고 각 종교단체가 앞장서 묘지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해 오고 있다.
종교의 내세(來世)관과 죽음의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때문에 묘지문제에 대한 종교단체의 이해없이는 묘지문제를 풀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교회의 납골당 추진현황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일부 교구에서는 이러한 묘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한부 매장에 의한 납골당 제도를 도입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들을 앞장서 취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지난 91년 7월1일부터 90년 추계 주교회의에서 확정된 「시한부 묘지제」를 도입, 20년 후에는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키로 하는 시한부 묘지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대교구는 91년 7월부터 용인묘지를 이용할 경우 20년 후에는 반드시 납골당에 안치한다는 조건하에 매장을 허가해 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교구가 이러한 조건에 맞추기 위해 우선 시범적으로 용인묘역내에 1개동의 납골당을 건립하려고 이미 설계와 부지확보 등을 마무리해 놓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차질을 빗고 있는 형편이다.
지역주민들이 납골당이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자, 해당 기관은 민원이 제기될 소지가 많다는 이유로 「지역주민들을 설득해서 동의를 받아내면 납골당을 설치토록 허가해 주겠다」는 입장을 보여 납골당 설치가 현재로선 유보돼 있다.
이에 앞서 라자로마을(원장=이경재 신부)의 경우 라자로마을내 나환우들과 정착촌 주민들을 위해 이미 84년부터 5백여기를 안치할 수 있는 납골당을 설치해 놓고 있다.
라자로마을의 경우 교회 납골당으로서는 효시가 되고 있다.
또한 대구대교구도 90년 3월, 경북군위군 공원묘지내에 3백평 규모의 납골당을 설치, 심각해지고 있는 묘지난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이러한 교회의 납골당 설치는 앞으로 수년내에 만장상태에 달할 것으로 보여지는 전 국토의 묘지난 해소는 물론 각 교구와 본당 관할 공원묘지의 묘지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현재 각 교구와 본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원묘지는 앞으로 1년내지 5년정도만 지나면 모두 만장상태에 달해 더 이상 묘지를 구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 같은 묘지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앞장서 교구나 본당별로 시한부 매장을 통한 납골당 묘지를 설치하거나 화장제를 적극적으로 도입, 바람직한 묘지문화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교회의 한 일선사목자는 『교회는 화장을 금하지 않는 대신 땅에 묻는 매장제를 권해 왔을 뿐』이라고 말하고 『교회의 교리를 부정하기 위해서 또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서 화장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장제를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출신에 대한 미화」로서의 묘지제도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전제되는 측면에서의 바람직한 묘지제도가 마련될 때 우리나라의 심각한 묘지난은 저절로 해소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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