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진료 여기서 멈출순…”
「환자가 많을수록 적자를 보는 병원」
행려자와 영세민,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일체의 진료비를 받지 않고 진료활동을 펴고 있는 병원이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1동 신림시장 2층에 위치한 요셉의원(원장=선우경식).
요셉의원에는 50여명의 의사, 10명의 약사, 20여명의 간호사 등 진료진 1백여명이 무보수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방, 빨래, 관리 등에 일반 평신도 자원봉사자 2백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모두 3백여명.
이 병원을 운영하고 움직이는 것은 종합병원도, 정부도 아니었다. 요셉의원은 단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우리 평신도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3백여명의 평신도들이 한마음으로 일하는 곳, 가난한 이들속에서 피어나는 3백여 평신도들의 사랑이야기를 찾았다.
11월7일 오후1시40분. 서울 관악구 신림1동 요셉의원에는 행려자 등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환자 50여명으로 북적댔다.
처음 요셉의원을 찾는 사람은 근처에 와서도 좀처럼 요셉의원을 찾기가 힘들다. 시장골목을 돌아 어두운 골목을 따라 난 2층 계단을 올라가야 간신히 간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어디에서 알고 오는지 항상 많은 환자들로 가득차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진료비를 낼 수 없는 행려자나, 영세민, 외국인 노동자들.
현재 요셉의원에는 1만5천여명의 환자가 등록되어 있으며 연간 3만여명의 어려운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평신도 힘만으로 운영된다고 보기에는 실로 엄청난 규모.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의사들이 무료 진료활동을 하고, 전문 간호사들이 무보수로 활동하고 있다. 주부, 대학생 봉사자들은 청소를 하고 밥을 하고, 행려자들의 말벗이 되어준다. 이들은 집 없는 행려 환자들에게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식사 후 이발을 시킨다. 그리고 진료한다. 치료 후 완치되면 직장을 알선해 주거나 복지시설에서 봉사자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민등록증이나 의료보험카드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주민등록증을 찾아주고 의료보험 카드도 발급받게 해준다.
단순한 진료행위 만으로는 궁극적으로 요셉의원의 설립 정신을 살려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알콜중독 프로그램 등 환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몸의 치유만이 아닌 본질적인 의미의 사회복귀 및 치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부터 달동네 진료활동을 전개해온 선우경식 원장(요셉ㆍ51)은 몇몇 주위의 도움을 얻어 지난 1987년 8월, 단7백만원을 가지고 요셉의원을 시작했다.
3백여명의 평신도 자원봉사자와 함께 정신없이 진료활동에 임해온 선우경식 원장은 아직도 결혼도 하지 않을만큼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삶에 모든 정열을 바쳐오고 있다.
『치료는 둘째로 하더라도 확실한 진단만이라도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병원문을 열었습니다. 밀려드는 환자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수 없이 겪었는데 그때그때 평신도 자원 봉사자 및 후원자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의 요셉의원은 없었을 겁니다』
진료비가 없어 진찰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요셉의원은 거절을 하지 않는다.
한때 엄청난 적자난에 선착순으로 일정한 수의 환자만을 받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제안은 제안으로 끝났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되돌려 보낼 용기가 요셉의원 평신도들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진료를 하기 위해 요셉의원은 내년 3월 영등포에 3층 건물을 얻어 이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2억여원이 소요되는 이전비가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X-레이」「위 내시경」「초음파기」등 의료장비도 대부분 노후해 교체를 해야 하지만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현재 요셉의원 환자들은 병원의 좁은 복도에서 밥을 먹고 있으며 진료대기시 앉을 자리도 모자라는 실정이다. 수술실에서 진료를 할 정도로 비좁은 병원은 이제 열악한 환경 개념을 넘어선지 오래다. 약품비를 포함해 1년에 지출되는 금액만 4억여원. 입소문을 듣고 모인 3백여명의 평신도들이 힘을 모으지만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무료진료를 기적적으로 꾸려온 요셉의원의 평신도들.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는 그 누구에게서도 기억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평신도로서의 삶과 정신을 오늘도 묵묵히 실천하고 있었다.
※연락처=요셉의원 (02)865-9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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