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이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둠속으로 쫓아내라』(마태 25, 30).
주인이 종의 능력을 평가하고 그 능력에 따라 누구는 다섯, 누구는 셋, 그런데 나는 하나의 달란트 밖에 받지 못했다면 나도 의기소침하여 의욕을 잃고 혹시 주인이 돌아오기 전에 다른 주인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달란트 하나밖에 받지 못한 종이 그래도 남아서 땅속에 숨겼던 달란트를 찾아 주인께 돌려 준 것만도 내 생각에는 기특합니다. 그런데도 주인은 그를 꾸짖고 한개의 달란트마저 빼앗아 열 달란트나 가진 사람에게 주어 버리다니, 그럼 그 무능한 종은 죽어라는 말입니까? 주인의 재물이 종보다 더 귀중하다는 말입니까? 처음부터 주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종의 심정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은 주인의 처사가 불만스럽습니다. 종을 사랑하는 주인이라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텐데, 주인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보아하니 달란트를 땅속에 숨겼던 것이 사단(事端)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다시 여행을 떠나면서 이번에는 모든 종들에게 똑같이 구슬 열개씩을 주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각자가 받은 구슬의 색깔이 다 달랐습니다. 어떤 사람은 같은 색깔의 구슬이 여러개였으며 따라서 못 가진 색깔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슬의 색깔에 따라 용도가 다 달랐습니다. 주인이 떠난 다음 종들은 서로 가진 구슬들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인에게 받은 구슬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받은 구슬에 원하는 색깔을 칠해 봤지만 원색과 같은 구슬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도 색깔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없었으므로 모두는 서로를 부러워하기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사람들도 차츰 남의 것이 더 좋아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자신은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자기가 갖지 않은 색깔이 필요할때에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날 주인의 외아들이 찾아와서 행복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가 가진 구슬을 몽땅 내어놓고 합동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필요할 때에 누구나 그 구슬을 사용하면 됩니다. 종들은 모두가 좋다고 찬동을 하고 각자의 것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종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아까워하며 다 내어놓지 않고 모두들 한 두 개씩 감추었습니다. 전체 숫자가 모자라므로 누군가 감춘 것은 확실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무슨 색깔을 감추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자기는 감추지 않은 양 다른 사람이 다 내어놓지 않았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사람마다 재능이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운동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노래를 잘하고 또 어떤 사람은 연극을 잘 합니다. 어떤 이는 수학을 잘하고 어떤 이는 어학에 소질이 있습니다. 과학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업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뭐든지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몰라서 그렇지, 주인은 모두에게 똑같은 수의 구슬을 주었습니다. 무조건 자기는 적게 받았다고 생각하고 남의 것만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가 무슨 색깔의 구슬을 가졌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누구나 자기 구슬의 색깔을 따라 능력을 계발하고 길러서 그 능력으로 돈도 벌고 삶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재능이 자기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자기의 능력을 공동의 것으로 사용할 때에 비로소 전체가 행복해질 것입니다. 자기의 것이라고 감추어 놓고 자기만을 위하여서만 사용하려고 한다면 세상은 각박해지고 결국 자기도 남도 똑같이 행복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주인은 아직도 여행에서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언제 오실지 모르므로, 나만을 위해서 따로 감춰 둔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갑자기 돌아오신 주인이 나를 향하여 『이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둠속으로 쫓아내라!』하시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