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늦가을. 산전수전 다겪은 장돌뱅이들의 구수한 입담과 가마솥에서 몽개몽개 오르는 뽀얀 곰국 연기 구수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옛 고향장터의 국밥집이 그리워진다.
함안군 가야읍 사무소 옆에 위치한 「장터」는 고향 장터의 정감이 그대로 남아있는 찾기드문 소머리 수육 전문점이다.
「수입육이다 아니다」 논쟁이 그치지 않는 요즘 식당의 「순수 한우 사용」이라는 보조간판 자체가 미식가들의 혀끝을 씁쓰레하게 한지만 「장터」는 1백퍼센트 순한우 사용 보증식당이다.
교회에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동정녀 박경희(데레사)씨의 식당경영을 유심히 살펴보면 손님을 속여서까지 이문을 챙기는 「장사꾼」(?)이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박경희씨는 비록 수육을 판매하고 있지만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종업원들과 더불어 물에 밥을 말아 김치 한가지 반찬으로 식사할 정도로 금육을 생활화하고 있으며 금요일에는 신자손님을 되도록이면 사양할 정도로 이문엔 관심이 적다.
박씨가 운영하는 장터의 빼어난 고기맛은 30년간을 가야장터에서 국밥집을 운영해온 모친 김판득 여사를 고등학생 시절부터 곁에서 도와주며 전수 받은 장터의 비법에서 나온다.
또한 박씨는 직접 오라버니가 운영하는 식육점에서 최상육을 구입해 여느 식당의 수육과는 육질이 비교되지 않을 만치 쫄깃하고 깊은 맛이 있다.
장터의 빼어난 맛은 양념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반 수육집의 국밥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데 반해 「장터」의 국밥은 조선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으로 간을 맞춘다.
고춧가루, 파, 마늘, 후추로 맛을 낸 양념장은 어머니로부터 전수받는 비법으로 고기의 맛을 더하는 촉매역할을 한다. 물론 형제들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 비밀이다.
그리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잇속에만 급급하다보면 양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뜨물이나 우유를 사용해 하얀 육수를 우려낼터지만 데레사씨는 어머니가 가르쳐준 옛 방식을 그대로 따라 저녁10시가 되면 소머리와 살코기를 일정한 온도의 생수에 대여섯시간 동안 담군 후 가마솥에 6시간을 푹 끓여 우유빛 구수한 진국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공양하는 정성」으로 식탁에 오르는 혀바닥과 사태살을 비롯한 머리수육은 육질 자체가 쫄깃쫄깃하며 감칠맛이 나 한번 시식한 이라면 틈나는 대로 다시 찾는다.
「장터」주위에는 국내 유일의 나방 군락지인 여항산과 신라시대 1백30여개의 고분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아라능」이 위치하고 있어 관광을 겸해 한번 찾아 볼만하다.
※문의=(0552)584-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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