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성사화시키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즉 한편으로는 『교회 공동체와의 일치를 위한 결속력』을, 다른 한편으로는 『외적인 증거를 위한 활동력』을 부여해주는 한가지 것을 필요로 한다. 그것의 근원이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 교회인으로서 입문할 때 거쳐야 할 마지막 단계의 성사이자 모든 성사의 향방이자 핵심인 성체성사이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서는 먼저 성체성사가 지니는 수없이 많은 의미들 가운데에서도 그리스도인의 실체 변형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이고 중심적인 것만을 입문의 완결인 성체성사라는 제목아래 간략하게 살펴보고 이어서 성체성사로써 얻게 된 힘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성찬의 삶이라는 소제하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1. 입문의 완결 - 함께하는 식사로서의 성체성사
세례로써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입문하고 견진으로써 세례를 통하여 보여줬던 의지적인 결단을 확증, 반복하는 것은 물론 더 넓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안에서 그리고 세상안에서 성숙한 그리스도인이자 교회인으로서 스스로가 은총으로 충만한 구원(해방과 생명확산)의 실재임을 성령의 힘을 받아 증거해 나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사람은 현실적으로 그 결단에 상응한 보상을 일상적인 성체성사안에서 받는다. 성체성사는 은총으로 인한 구원(해방과 생명확산)사건의 핵심이자 신비체인 교회의 중심이며 동시에 그 교회라는 성사가 드러내는 포도나무이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례와 견진을 받은 그리스도인은 항구한 인격적 성장을 위해 성체성사 안에서 『교회 공동체와의 일치를 위한 결속력』과 『외적인 증거를 위한 활동력』을 지속적으로 부여받는다. 성체성사야말로 인격적 성장을 위한 힘의 원천 즉 생명의 샘인 것이다.
1) 계약을 위한 식사
은총은 하느님안에 내재하는 자비이고 충실성이며 정의로움이자 그분이 약속하신 바에 대한 견고성이다. 그런데 이 은총은 하느님께서 선택하시어 불러 모으신 이들에게 부여된다. 그리고 은총의 결과는 그 은총을 받은 자들 즉 선택되고 불리움에 응한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견고하게 약속하신 것처럼 당신과의 만남에서 그들이 얻게되는 평화와 즐거움 그리고 그분의 사랑에서 연유된 생명이다.
약속 혹은 계약이라는 말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되기 전부터 인간끼리의 삶 안에서 종종 쓰이던 말이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폭 넓게 쓰이고 있는 말이다.
비록 인간이면 그 누구에게나 은총을 주시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이 시지만 그분은 특별히 선택하시어 부르신 이들을 통해서 온 인류가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신다. 그래서 그분은 먼저 이스라엘을 선택하시어 그들과 계약을 맺으셨고 그들을 『계약의 백성』으로 키워나가셨으며 이스라엘이 역사상 중대한 기로에 서 있게 될 때마다 갱신을 요구하셨다. 어쨌든 이스라엘의 역사안에서 여러차례 갱신되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과 실행에 있어서 변함이 없었던 본래의 계약은 다름 아닌 시나이 계약이었다. 따라서 이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앞에서 말한 바들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것이기에 계약 체결의 방법과 그 실행에 주목함으로써 내용의 실현이라는 상징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시나이의 계약은 장구한 세월을 거쳐 진전되어 온 하느님의 당신 「백성」에 대한 약속의 가시적인 확증이다. 그러므로 이 계약의 체결과정도 그만큼 장구한 세월을 필요로 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계약 체결의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체결 방법이 지니고 있는 한결같은 상징성이다. 체결 방법을 보면 크게 두 가지 면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첫번째의 것은 「에집트 탈출」(해방=구원=생명에로의 인도)을 보장받기 위한 「백성들의 처신」이고 두번째의 것은 첫번째의 것에 대한 확증으로 백성의 대표자인 모세와 아론 그리고 원로들이 하느님 앞에서 취하는 「처신」이다.
그런데 그 처신은 하나같이 「의식형태」를, 그것도 「식사의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식사의식」은 똑같이 하나의 상징으로서 계약의 내용을 드러내준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보게 된다. 첫째, 계약은 식사를 통해서 인준이 된다는 것 둘째, 식사는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 셋째, 함께하는 식사안에서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생명주시는 은총의 역사가 재현된다는 것 넷째, 그러한 식사는 축제라는 의식으로서 하나의 상징이 되어 계약의 내용을 드러내 준다는 것이 그것이다. 바로 이러한 특징을 지닌 계약의 식사는 그 완전한 의의를 예수 그리스도의 식탁에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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