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신앙」바탕 재해석돼야
「성당에서의 장례미사, 장례 3일 후 삼우제, 49일 탈상」…
이것은 현재 많은 수의 가톨릭신자들이 집안의 장례를 치른 후 갖게 되는 절차들이다. 그러나 과연 삼우제의 의미와 49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탈상의 경우 삼년상을 지내는 경우도 있고 1백일 소상의 탈상을 하는 등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지만 삼우제는 거의 보편적으로 지내고 있는 장례풍습이라 할 수 있다.
교회관계자들은 가톨릭신자들이 행하고 있는 기존의 장례문화를 한마디로 「가톨릭 유교 불교풍습의 혼합식」이라고 표현한다. 즉 기존 종교들의 상례와 로마예식이 혼용되는 현실이다. 전통적으로 교회가 매장(埋葬)을 해왔지만 그것이 유일한 명령이 아님에도 토장(土葬)만을 고집하고 있는 등 장례절차 예식에 대한 확고한 그리스도교적 확신이 서 있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삼우제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과 연결,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사십구재는 그 일자와 의미를 교회적으로 달리해야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의 49일은 불교에서 말하는 다음 생(生)을 받을때까지의 기간이다. 49일 동안에 다음 생(生)을 받을 연(緣)이 정해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그리스도교적 입장에서의 설명이 애매모호하다.
기존 가톨릭교회안에서 사용되는 상례는 서울대교구 사회복지회 선종봉사부가 엮은 「선종봉사 예식서」와 가톨릭출판사가 발행한 신ㆍ구판의 「성교예규」,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 발행 가톨릭기도서의 「위령기도」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상례와 함께 신자들은 별다른 의식 없이 유교풍습의 삼우제를 지내고 불교의식을 따른 사십구재를 지내는 것이다.
신자들이 혼선을 빚는 장례예식 및 상제례는 이외에도 여러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가톨릭신자로서 매번 죽은 이의 구원을 위해 위령기도를 바치면서 유교적 영향으로 제사를 드리는 상호 모순된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회내 한 관계자는 『제사를 받는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조상신, 그리스도교적으로 말하면 곧 성인의 반열에 들어 하느님과의 지복직관을 누리고 영복에 들었다는 것을 말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종교 문화권안에 있는 한국장례문화의 특성」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유교적인것이라고 쉽게 단정내리기도 어려운 상태이고 민간신앙은 오히려 무속적인 심성위에서 유교적 혹은 불교적 요소들을 모두 합하여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회의 신학적 규명이나 토착화 연구의 미미함도 혼합식 장례문화 파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그리스도교적 장례문화정착이 필요한 이유는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예수의 부활에 근거를 두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희망, 즉 가톨릭의 핵심인 부활신앙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한 신학자는 『그리스도교 신자가 죽음을 극복함으로써 갖는 희망은 인간속에 있는 불멸하는 영혼의 힘에 있는 사건이 아니라 하느님의 전능과 의지, 그리고 당신이 약속을 충실하게 지키시는 신의에 있으므로 우리는 불멸의 영혼에 입각해서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부활과 인간을 일깨워 주시는 하느님의 전능을 희망하는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교회적 관점이 희박한 장례문화나 절차 등의 범람은 죽음과 부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왜곡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교회내 위령기도문 내용에 대해서도 수정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기도문들이 죽은 이를 위한 죄의 용서와 안식을 비는 내용으로 되어있고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을 이루는 죽은 이와 산 이의 통공을 말하고 있는 기도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그 내용상 죽음을 지나치게 어둡게 표현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대구 효성가톨릭대학 김정우 신부는 『현재 교회안에 유포돼있는 기존의 장례문화 절차에 대해 그리스도교적 의미가 구현되지 않을 때 죽음에 대한 의미마저 형식으로 흐르고 하나의 통과예절로만 여겨질 수 있을것』이라고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교회적 입장의 바람직한 장례문화 창출을 위해서는『죽음과 관련한 인간의 기본적인 염원이 무엇인지 정확히 발견하고 그것을 가톨릭 신학에 비추어서 다시 한번 재해석하고 수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작업과 함께 죽음과 관련한 신자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할 요소로 꼽히고 있다. 예를들어 매장문제에 있어서도 그리스도교인에게 있어 매장이나 화장이 신앙교리와는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것이 아니므로 장례가 부활에 대한 신앙과 미풍양속에 저촉되지 않는 한 신자 각자에게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등의 사목적 노력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내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기존 장례문화 풍습에 대한 적절한 신학적 규명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와함께 토착화 측면에서의 장례문화에 대한 접근 연구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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