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지역은 사도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의 활동에 힘입어 일찍부터 복음이 전파된 곳으로, 경기도 양근ㆍ여주 지역이나 충청도의 내포 지역과 함께 지방 교회의 중심지가 되어 왔다.
1791년의 신해박해 때 전주에서 참수되어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가 된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 또한 그곳 출신이었다. 그리고 이로부터 10년 후인 1801년 8월에 다시 순교자가 탄생하게 되었으니, 그들이 바로 이제 소개할 한정흠(韓正欽ㆍ스다니슬라오), 김천애(金千愛ㆍ안드레아), 최여겸(崔汝謙ㆍ마티아)이었다.
유항검의 먼 인척
한정흠(스다니슬라오)은 김제 출신의 가난한 양반으로, 먼 인척간이 되는 유항검의 집에서 그의 아들을 가르치다가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여 열심히 교리를 실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795년에 주문모 신부가 그 집을 방문하자, 그로부터 세례를 받고는 더 기쁨에 넘쳐 전교 활동에 앞장서게 되었다.
그러다가 신유박해가 시작되자마자 유항검의 가족과 함께 체포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마음이 약해져 교우들과 교회일들을 밀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벌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유항검의 노비 출신
김천애(안드레아)가 체포된 것도 스다니슬라오와 같은 시기였다. 안드레아는 본래 유항검의 노비로, 그로부터 교리를 배워 입교한뒤에는 자신의 신분을 초월하는 고결한마음으로 신앙의 본분을 지킬 줄 알았다. 뿐만 아니라 체포되어 전주의 감영으로 압송된후에는 스다니슬라오와 같이 배교로 목숨을 구하는 대신 온갖 형벌과 문초를 달게 받으면서 신앙을 증거하였다.
윤지충에게 교리 배워
최여검(마티아)은 무장(茂長) 고을의 양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천주교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러나 교리의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다가 한산(韓山) 지방의 여성과 혼인한 뒤 그곳에 퍼져 있던 복음에 대해 전해 듣고는 윤지충에게 가서 교리를 배운 뒤 고향으로 돌아와 교리를 실천하면서 이웃에게 그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더 많은 가르침을 받기 위하여 내포의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박해가 시작되었을 때, 자연히 무장 인근에서 체포된 교우들의 입을 통해 그의 이름이 박해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였다. 이때 마티아는 처가인 한산으로 피했다가 뒤따라온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한산을 거쳐 전주로 압송되었다.
“때려 죽인다” 배교 강요
전주 감영에서 형벌을 받는 가운데서도 마티아는 집에 있던 80 노모를 생각하고는 『마지막으로 노모를 한 번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도량이 넓지 않은 박해자들이 순수한 그의 요청을 들어줄리 만무하였다. 오히려 그들은 매질을 가하면서 때려 죽이겠다고 위협하면서 배교를 강요하였다. 이 말을 들은 마티아는 칼날 아래 죽는 것이 소원이므로 그렇게 해달라고 하면서 꿋꿋하게 매질을 참아 받았으니, 마침내 주님께서는 순교할 마음이 간절하였던 그의 뜻대로 스다니슬라오와 안드레아 곁으로 그를 보내 주었다.
순교할 마음이 굳은 세사람
전주에 갇혀 있던 세 명의 증거자들은 곧 서울로 압송되어 형조에서 다시 문초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형조 판서조차 그들의 마음을 꺾을 수는 없었다.
죽음을 마치 본향(本鄕)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여기는 그들에게 배교란 교리의 가르침에 대한 이단(異端)이요 대군 대부이신 하느님을 배반하고, 세속ㆍ마귀ㆍ육식의 삼구(三仇)에 지고 마는 격이였다. 이미 순교할 마음이 굳어져 있던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면서 하느님 앞에 봉헌될 마지막 제사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8월21일 사형 판결
마침내 8월 21일(음력 7월 13일), 형조에서는 그들에게 사형판결을 내리는 동시에 고향으로 이송하여 처단하라고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하느님의 세 동료들은 전라도 땅을 밟으면서 서로 헤어지게 되었으니, 그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던 마티아는 고향인 무장으로 이송되어 그곳 지갑 장터에서 36세로 참수당하였다. 그리고 스다니슬라오는 8월26일 김제에서 46세의 나이로 참수되었고, 안드레아는 8월27일이나 28일에 42세의 나이로 전주에서 참수되어 영광의 한 자리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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