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요. 저는 이런 저 자신이 싫어요』
아침 첫시간에 계단을 내려오던 고3인 은아가 울상인 표정으로 말했다. 부반장인 은아는 항상 예쁜 미소를 머금고 있는 호감 가는 소녀였다. 방과 후,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아침보다는 꽤 차분해진 은아와 학교성당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저는 성적때문에 속상해요. 저는 어릴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요. 부모님께서도 그런 저를 대견하게 생각하시고요. 그런데 지금 제 성적으로는 의대에 갈 수 없어요. 성적때문에 비관해서 자살하는 친구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요. 열심히 노력하는데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좌절감만 커가요. 저는 이 정도의 성적을 받는 저 자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
자신의 희망을 이룰 수 없는 성적앞에서 은아는 몹시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왜 꼭 의대에 가야하니? 』『의사가 되면 불쌍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그럼 너는 의사가 되고 싶은 거니 아니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은 거니?』『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 그 직업을 갖기를 바래요』『의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이웃에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은 많단다. 지금 은아는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성적앞에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거야』
은아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람은 「성적」보다 위대한 존재란다. 성적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아니야. 성적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거나 자살을 생각한다는 것은 비겁한 일이야』
『정말 전 성적을 저 자신이라고 착각했었네요.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훨씬 모든 문제가 똑바로 보여요. 제가 신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은 하느님께 맡길래요』
며칠후 내 책상위에 다음과 같은 편지가 놓여 있었다.
『수녀님을 알게 해 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공부하기전 세번의 성모송을 바치려 해요. 첫번째는 우리를 여기까지 곱게 성장하게 도와주는 부모님과 선생님을 위해. 두번째는 전국의 수험생들을 위해. 세번째는 나를 위해…!. 수녀님, 이것은 아빠가 제 생일날 선물로 주신 돈이예요. 장애자들이 모여사는 곳에 보내주세요. 수능이 끝나면 그곳에 봉사활동하러 가고 싶어요』
예쁜 미소를 되찾은 은아의 모습은 나를 기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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