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작가 김의정(마리아ㆍ66)씨가 장편「산마루 오르는 시간의 수레」(열린간)를 최근 탈고 했다.
1994년에 이미 탈고한「바람결에 들려오는 시간들」에 이은 연작 소설로 나온「산마루 오르는 시간의 수레」는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자아 발견」작업의 또다른 결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바쁜일상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6ㆍ25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그림같은 소설」이라는 다소 어려운 형식을 완벽하게 성공시키고 있다.
김의정씨는「산마루…」에서 의도적으로 사건보다 정경을 중요시하고 있다.
여기서 작가가 제시하는 정경들은 일반 소설처럼 사건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작가가 자신의 자아를 찾는 입구로서의 정경이다.
「산마루…」에는 그래서인지 맑은 시어가 돋보인다. 한줄 한줄 시를 쓰듯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배어나고 있다.
흥미위주의 소설과는 차원이 다른 소설. 이것이 작가 김의정씨가 추구하는 소설이다.『소설을 위한 소설은 쓰지 않습니다. 저의 소설은 모두 나 자신과의 투쟁의 산물입니다』
한국문화사에서 소설속의 인과관계와 사건을 축소하고 시법(詩法)을 산문 형식으로 풀어나간 특이한 작가로 평가를 받고 있는 김의정씨의 작품에는 죄와 구원이라는 큰 주제가 일관되게 흐로고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종교소설가로 불리우는 것을 거부한다.『저 자신이 종교가 가톨릭이고 작품 또한 인간적인 것을 추구하다보니 제 작품이 종교적인 것으로 간혹 오해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작품은 저 자신을 향한 성찰이지 종교성과는 그 성격를 달리합니다』
「산마루…」를 통해 김의정씨는 학습과 사회교육, 관습 등으로 둘러 싸여 가려진 자아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에서 그의 연작 소설은 아직 미완성이다.
자아를 밝혀내는 작업이 지금까지 그가 해온 작업이 었다면 앞으로는 그 벗겨진 자아의 성숙과 완성을 이뤄내여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그는『더이상 나 자신과의 투쟁에서 과연 해낼 수 있는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작품으로는 제12회 월탄문학상 수상작인 장편「목소리」를 비롯,「인간에의 길」등 10여편이 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