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 가톨릭국가를 떠올릴때 제일 먼저 연상되는 나라, 바티칸시국과 함께 하고 있으면서 전 국민의 98%가 가톨릭 신자인 이태리에서는 이 대림시기와 성탄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할까.
크리스찬 문화권인 유럽대륙이 11월 중순경부터 성탄분위기에 휩싸이듯 이태리에서도 이 시기부터 차분히 성탄준비에 들어간다.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 이태리 사제는 『로마교회력에서 볼수 있듯이 대림절은 두가지 성격이 강조되고 있는데,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들에게 처음 온 성탄축제에 대한 준비기간과 동시에 이 기억을 통해 종말에 올 그리스도의 재림을 마음으로부터 기다리는 시기』라고 들려줬다. 이같은 이유에서 대림은 진심으로 기쁜 기다림의 시기로 인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태리에서의 대림과 성탄준비는 대개 가정과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성탄절은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이 가족들이 함께 모이고 특별한 음식을 나누는 등 철저히 가족 구성원간 우의를 돈독히 하는 기회로 자리매김 돼 있다.
대림절 전례에 참여하는 것으로 성탄준비를 시작하는 이태리 신자들은 이 시기동안 특별히 대림절의 중심인물들이라 할 수 있는 「세례자 요한」「이사야」「성모마리아」등을 묵상하며 지낸다.
이들의 본격적인 성탄채비는 성탄전 9일이 될 무렵부터 이루어진다. 9일 미사봉헌과 함께 각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아기예수 구유」를 만들면서 집안 장식을 하는 것이 전통적 성탄준비 모습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트리장식은 하지 않더라도 구유는 반드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성탄절이 되면 이태리 각 가정들은 「빠네토네(PANETTONE)」라고 하는 커다란 빵을 만들어 먹는 것이 하나의 풍습처럼 돼 있다. 성탄 자정미사참례 후 사람들은 이 빵을 꺼내놓고 「스뿌만떼(SPUMANTE)」라고 하는 포도주를 마시며 가족파티를 벌인다.
이같이 가족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대림과 성탄 풍습으로 인해 대림절과 성탄절에 많은 이들은 가정이 없는 이들을 생각하고 자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평화」가 기원되는 시기인 만큼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들을 위해서도 기도가 강조된다.
「각 성당에서는 성탄절을 전후로 지역 불우이웃들, 돌봐주는 이들이 없는 가난한 이들을 찾아 음식을 나누고 선물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려준 마우릿치오 죠잔니 신부(오블라띠회)는 「미국식 상업주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전통적 성탄절 풍습이 퇴색된 면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태리인들에게 있어 대림과 성탄절은 가족의 안녕과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가정중심의 명절이다」고 말한다.
이태리에서의 성탄축제는 성탄절에서 삼왕내조시기까지 그 분위기가 계속된다. 이들은 크리스마스때보다 오히려 삼왕내조 축일때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어린이들은 양말을 걸어놓고 「베파나(BEFANA)」라고 불리는 할머니의 선물을 기대한다. 베파나는 산타클로스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마우릿치오 죠잔니 신부는 『한국에서의 성탄절은 너무 서양 상업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것 같다』고 한국에 와서 느낀 성탄절 모습을 지적하고 『대림과 성탄의 참뜻은 가정에서의 준비와 교회를 통한 전례적인 축복속에 있을것』이라면서 『대림절이 기다림과 보속과 속죄의 기간인만큼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마음적 준비와 자선행위 등이 강조되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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