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본당은 11월29일부터 매주 금요일 4주에 걸쳐 「구세주 강생 2천년-대희년 맞이 대림절 특별 강연회」를 개최한다. 이 강연회는 모든 신자들이 희년의 의미와 희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로 준비된다. 특히 이번 강연회에는 주교회의 대희년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강사로 참여 신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번 특강을 후원하고 있는 본사는 대림시기를 맞아 신자들의 대림절 준비를 돕고 2천년 대희년을 앞두고 있는 교회흐름과 함께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매주 강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➊ 장익 주교(춘천교구장)
② 이병호 주교(전주교구장)
③ 박석희 주교(안동교구장)
④ 최창무 주교(서울 사회사목부 담당)
■ 유래
희년은 히브리말로 「요벨」이라고 하는데 「숫양」이라는 뜻이다. 레위기 25장에 희년의 유래가 잘 나와있다. 이스라엘은 희년에 앞서 안식년을 지켜야 했다. 희년은 이 안식년을 일곱번 거듭하고 난 다음에 찾아온다.
이 마흔아홉해 일곱째 달 열흘날 속죄일에 나팔을 불어 이 해를 거룩한 해로 선포했다. 바빌론인들은 봄이 시작되는 니산달을 한해 시작으로 보았으나, 히브리인들은 한해 시작을 수확이 끝나는 일곱째 달로 보았다.
이달은 바빌론의 티쉬리달과 같고 우리식으로 하면 음력 9월경이다. 따라서 사십구년 일곱째 달은 오십년의 새해가 된다.
희년은 본래 일종의 경제 사회제도로서 이스라엘 친족 구조의 재산과 인명을 보호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스라엘 친족 구조는 부족과 씨족 가족으로 이루어졌다. 안식년제도가 땅을 쉬게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면 희년은 씨족과 가족을 보호하는데 힘쓴다.
■ 근거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께서는 땅과 사람을 보호하고자 마련하신 희년규정에 두가지 근거를 제시하신다. 먼저 땅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내곁에 머무르는 이방인이요 거류민일 따름이다』(레위23,23). 곧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정당한 상속자가 되고 가나안 땅은 상속의 내용이 되었다. 이 땅을 주시겠다는 약속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비롯하여 이스라엘 성조들을 선택하시는 과정에서 핵심을 이룬다. 이 약속된 땅은 출애굽 사건의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사람을 보호하려는 희년의 두번째 근거는 출애굽 사건과 관련된다. 『그들은 내가 에집트 땅에서 이끌어낸 나의 종들이니, 종이 팔리듯 팔려서는 안된다』(레위 25,42,55: 출애 20,2 참조).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당신 자신을 위해 에집트에서 빼내셨다. 에집트의 종살이에서 자유롭게된 이들은 이제 하느님 자신의 종들이다.
■ 실천
과연 이스라엘 역사에서 이 희년이 실제로 실천되었는가? 국가적으로 희년을 실천한 구체적 증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희년과 관련하여 분명한것은 이 축제를 실천하는 것이 이스라엘 왕정 아래서는 불가능했을것이라는 사실이다.
희년에 대한 암시와 희년의 정신은 예언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드키야 임금시절, 예루살렘 주민들은 나중에 다시 옛 악습으로 돌아갔지만 안식년에 히브리인 남녀 종들을 풀어준적이 있었다. 특히 이사야서 58장과 61장 내용은 희년의 정신과 잘 들어맞는다.
이사야서는 희년의 두가지 중요한 개념을 부각시킨다. 자유를 되찾아주는 「해방」과 원래의 온전한 상태로 되돌리는 「회복」이 그것이다. 이사야서에서 미래의 전망은 「새로운 창조」와 새로운 질서회복을 뜻하는 완세적 차원으로 이어진다. 이로써 이사야서에서 희년의 암시는 현재의 「윤리적 실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완세적 표상」을 끌어들인다.
■ 예수님의 희년선포
희년의 개념과 메시지는 예수님의 나자렛 삶과 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예수께서 선포한 「하느님 나라」 개념안에는 희년의 메시지 전체가 수렴된다. 예수께서 하신 나자렛 첫 설교장면(루가 4, 16-30)은 하느님 나라와 희년이 어떻게 서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안에서 주목할 낱말은 「해방」과「자유」이다. 이것은 그리스말로 볼때 「풀어줌」이라는 한 낱말로 풀이된다. 희년의 기본개념인 이 「풀어줌」은 신약성서에서 「빚의 탕감」과「죄의 용서」둘 다를 가리킨다. 이 희년의 개념과 메시지는 예수님의 나자렛 설교뿐 아니라 주요 가르침과 담화, 병자를 낫게하고 악령들린 자들을 자유롭게 풀어준 은혜로운 행적들, 그리고 하느님 나라의 비유에 나타난다.
더 나아가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그처럼 증언하셨을뿐 아니라 당신 스스로가 그 증언의 내용이셨다. 한마디로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희년은 하느님 나라의 구체적 모형이나 표상을 마련해 주고, 희년의 실현은 그분 사명의 내용을 이룬다.
■ 희년의 풍요한 뜻
레위기에서 출발한 희년의 개념과 메시지는 예언서 전승을 거쳐 예수님의 가르침에 이어지면서 그리스도교의 핵심 사상으로 자리잡는다. 희년은 무엇보다 기쁨의 축제이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떠올리고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일도, 땅도 제 주인에게 돌려주고 동족을 종살이에서 풀어주는 일도, 힘겨운 노동에서 인간과 자연을 풀어주고 가난한 이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는 일도, 빚을 탕감하고 죄를 벗는 일도 모두 다 새삶을 맛보는 신명나는 일이다 그래서 행복을 뜻하는 「복 희(禧)」자 희년인 것이다.
■ 다가오는 2천년
이제 인류는 바야흐로 2천년이라는 대희년을 맞이하게 된다. 『때가 차서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자의 몸에서 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당신의 자녀가 되는 자격을 얻게』하신 『주님의 은총의 해』가 시작된지 2천년이 되는 것이다.
저물어가는 20세기 안에서 그리스도의 구원을 믿고 전한다는 교회 공동체는 그러면 2천년동안 무엇을 해왔으며 이제 삼천년기에 접어들면서는 진정 어떻게 변신함으로써 온누리에 희년의 참뜻을 알리고 어떻게 새 복음화의 기원을 마련해야 하겠는가?
우리겨레는 민족적인 역사적 아픔을 겪어오면서 우리 세기의 명암에 휘말려 있다. 사회의 황폐화와 환경오염, 계층갈등, 빈부격차, 가족의 와해, 인간성 생명경시 현상, 극도의 이기주의와 향락주의가 빚은 도덕성 상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냉대와 착취 등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은 집을 잃은 실향민이 되어가는 것 같아 두렵다.
반면 어둠이 짙을수록 작은 빛도 더욱 밝게 빛나듯, 희년의 뜻을 거스르는 현실이 극한에 달할 수록 의롭고 선한 마음이, 참된 행복에 대한 갈망이 우리안에 그만큼 더 일게 섭리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구원이 거기 있다.
우리는 희년의 절실한 요구에 저촉되는 현실을 겸허하게 의식하고, 또 그럴수록 과감히 바로잡고 더 나아가 희년이 지향하는 하느님 자녀다운 삶의 미래를 향하여 실천적으로 꿋꿋하게 거듭나는 은혜로운 전기를, 교회의 새봄을 2천년 대희년을 기하여 맞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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