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조배실, 그곳은 성체의 형상 안에 현존하는 예수님을 만나는 개방적이고도 개인적인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반면, 침묵 속에 예수님과 마주앉아 나만의 시간(기도)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사 밖에서 성체 곧, 예수님과 나누는 영적인 대화(기도)와 그분 앞에 드리는 침묵의 조배는 우리를 위해 수난하고 죽으신 예수님의 사랑과 부활의 의미를 담은 성체성사의 신비를 재확인하는 시간이다. 성찬례를 통해 우리 안에 오신 예수님을 더욱 가까이 만남으로써 우리 앞에 놓인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희망을 찾는 것. 우리가 성체조배실을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국 각 본당 및 성지는 이처럼 신자들의 성체신심 함양과 성체공경의 의미를 품은 성체조배실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각 지역교회의 특색을 살리고 말씀 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들이 눈길을 끈다.
■ 서울대교구 서원동본당 성체조배실
서울대교구 서원동본당(주임 김찬회 신부, 구 신림동본당) 성체조배실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88년 본당에 지속적인성체조배회(이하 조배회)가 발족된 이후 20년 가까이 끊이지 않고 매일 24시간 성체조배를 실시했던 것.
당시 본당에서는 일반 성인 신자를 비롯해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까지 조배회 회원으로 참여해 기도에 정성을 더했다. 월평균 수백 명의 인원이 시간대별 고리기도를 이어갔으며 비회원들도 낮조배는 물론 철야조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나 그 저력은 지금까지도 남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주 중복자를 포함 회원 210여 명이 성체조배실을 이용하며, 비회원과 타지역 신자들도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성체현시대 뒷벽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반영된 창살을 붙이는 등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기도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본당은 본당 홈페이지에 성체조배실의 사진과 성체조배 예절을 소개해 신자들에게 성체신심과 성체공경의 의미를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는데 힘쓰고 있다.
■ 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 성체조배실 ‘물고기 배속’
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주임 방효익 신부)의 성체조배실 ‘물고기 배속’은 ‘고요함’, ‘자기만의 몰입기도’ 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지난해 10월 즈음 자리를 옮겨 새 단장한 성체조배실에서는 고요한 어둠 속에서 자신만을 비추는 조명에 의지해 기도를 올린다.
또한 성체조배실 내 각 기도탁자마다 성경을 비치하고 기도를 위한 다른 소지품에 제한을 둬, 오로지 말씀을 통해 성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성체 신심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로써 말씀과 신앙의 원천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본당 신자 박경자(베로니카)씨의 작품인 성체현시대는 직선과 곡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석조십자가 위에 성체를 담은 못 모양의 조형물을 박아 넣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그대로 구현해냈다. 받침대의 올록볼록한 부분은 고통 속의 십자가의 길을 표현했다.
물고기 모양의 외관은 요나가 물고기 배속에 들어갔다 나온 이후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니네베로 갔듯이 우리도 성체조배실을 나설 때 이전과는 변화된 모습으로 주님께서 원하는 방향을 찾아 나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밖에도 본당은 성체조배실 내부에 숯, 황토, 천연접착제 등 천연재료를 사용해 기도하기 좋은 편안한 환경을 갖추기 위해 애썼다.
매주 월~토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며, 토요일에는 성체조배회 회원ㆍ비회원을 구분하지 않고 개방한다.
주일은 가족,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날로 문을 닫는다.
■ 대전교구 공세리성지ㆍ성당
대전교구 공세리성지ㆍ성당(주임 김찬용 신부) 성체조배실은 순교자들의 순교 내부 벽면에 테라코타식 도자기법을 이용, 순교자들의 모습을 부조로 조각했다. 주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심을 굳건하게 믿어 피와 땀으로 주님을 증거한 순교자의 순교신심을 본받아 성체 안에 살아계시는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마련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성당 마당 지하에 동굴형태로 이뤄진 성체조배실은 수용인원 60명의 규모와 달리 소박하고 은일한 분위기에서 성체를 향한 공경과 침묵의 기도를 이끌어준다. 이러한 성체조배실의 아름다움과 기도로 집중되는 분위기에 힘입어 서울 등 거리가 먼 지역에서 찾아오는 신자들도 많다. 본당 신자들의 경우에도 각자 주기적인 성체조배 시간을 마련하거나 매주 목요일 자신들만의 성시간을 갖기도 한다.
사용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피정 시에는 밤에도 성체조배실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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