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유동 가톨릭 농아선교회(전담 박민서 신부, 이하 농아선교회)가 많은 어려움 가운데도 청각장애인 성당을 건립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절실하다.
우선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서울수련원의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농아선교회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찾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본당’으로 승격되기 어려운 조건을 갖췄다.
이에 반해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하상장애인복지관 내 위치해 자체건물을 가진 시각장애인 성당은 2011년 2월, 준본당으로 승격돼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사목을 펼쳐나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청각장애인 신자 수가 적은 인천교구와 부산교구도 청각장애인 성당을 설립했다.
청각장애인인 박민서 신부가 담당사제로 부임하면서부터 부쩍 늘어난 청각장애인 신자들의 수용 문제 또한 이들의 고민거리다. 80여 명 남짓한 신자들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성당 안에 주일에는 평균 150여 명, 대축일 미사의 경우 250여 명이 넘게 몰리기 때문이다.
농아선교회의 조한일(캐더린) 수녀는 “의자에 빽빽이 앉고 앞, 옆, 뒤 가릴 것 없이 서서 미사를 드리는데도 모자라다”며 “맞은편 교리실에도 신자들을 수용하는데 그마저도 힘들어 복도나 거리에 나와 있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또 “일반 본당 미사에 가면 아무것도 모르고 앉아 있어야 하는 형편이니 소통할 수 있는 교우가 있고 수화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이곳에 오고 싶어 파주, 동두천, 안산, 천안 등 먼 곳에서도 이곳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농아선교회의 어려움은 또 있다. 평평한 바닥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다. 청각장애인의 특성상 모든 미사전례 전반을 수화로 보고 이해해야 하므로 성당 바닥을 경사지게 만드는데, 경사가 없는 바닥에서 미사를 봉헌하려니 앞에 앉은 신자들의 머리를 서로 피해야 하고, 더 뒤에 앉아있거나 키가 작은 신자들은 볼 수 없어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박민서 신부는 “좁은 공간 때문에 주일학교 교리도 반을 나눠 시행할 수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며 “성당 건립 홍보를 위해 혼자 본당 섭외도 나가고 특강, 피정 등도 해보지만 거절도 많이 당한다”고 고충을 밝혔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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