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말기의 박종태(프란치스코)씨는 숨 막히는 통증에도 빙그레 웃는다. 이처럼 미소를 보이기까지 박씨의 눈에는 수없이 많은 눈물이 어렸다.
10여 년 전 잦은 다툼 끝에 아내와 별거를 시작했다. 경제력까지 잃어버린 박씨에게 남은 것은 길거리 생활이었다. 근근이 버티던 박씨는 결국 2010년 서울역 밑에서 노숙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노숙자들의 쉼터 ‘한사랑가족공동체’의 윤석찬 신부를 만나면서 10여 일만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찬 길바닥에서 먹고 자는 생활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박씨는 ‘한사랑가족공동체’를 통해 쪽방을 얻고 직업을 구하는 등 재기를 꿈꿨다. 다시금 꿈을 꿀 수 있도록 이끌어준 윤 신부와 공동체 식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뛰고 싶었다.
하지만 박씨의 꿈은 또다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끔찍한 복부 통증이 박씨를 엄습해왔다. 약을 먹어가며 간신히 버텼지만 정신을 잃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만 갔다.
주변의 병원을 찾아가 원인을 물었지만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과 함께 대상포진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큰 병원에서 진행한 MRI 결과 종양이 발견됐다. 조직 검사가 이어지고, 간암 말기 선고를 받았다. 박씨는 황망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날벼락이었다. 통증은 더욱더 심해져만 갔다. 마치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완치를 바라지 않더라도 고통을 줄이는 치료나마 절실했지만 어마어마한 치료비를 감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잠깐 일하며 벌어놓은 돈과 국가 지원금을 모아 어렵게 버텨왔지만 이제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구세군에서 청소 일을 하기도 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점점 나빠지는 몸 상태를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박씨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 다시 ‘감사’를 배워나가고 있다. 박씨는 먼저 자신을 수렁에서 건져준 윤 신부와 공동체 식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 병상에 누워있다 보니 제가 너무나도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이곳에 와서 윤 신부님과 우리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살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또한 박씨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예비자 교리를 통해 지난 3월 세례성사도 받았다. 직장 생활을 핑계로 미뤄오던 세례성사를 받고나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육체를 옭아매는 고통도 참을만해 졌다. 그리고 기적과 같은 또 다른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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