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중견작가 이규정 교수(스테파노ㆍ59ㆍ부산여대 국문학과)가 사할린 동포들의 한 맺힌 삶을 형상화한 장편소설「먼땅 가까운 하늘」(동헌사 간)을 발표했다.
전작 3권으로 된 이 작품은 1940년대 초반부터 91년까지가 시간적 배경. 한국의 남북한 전역, 일본, 사할린까지가 공간 배경이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경성사범학교를 나온 주인공 이문근과 개성출신으로 고등여학교를 다녔던 최숙경이란 두 인물을 축으로 일제에 강제 징용된 사할린 동포들의 애환과 삶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작가의 강한 역사의식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작품의 전반은 사할린 탄광 현장까지 우리 동포들이 어떻게 끌려가고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생생한 필치로 엮어낸다. 후반부는 현지에서 해방을 맞은 사람들이 로스케(러시아군)로부터 당하는 수모와 고통, 망향의 한을 안고 죽을힘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들을 담아낸다.
이 작품은 소설(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설정이나 등장인물들의 의식, 행동 등에서 오히려 사실에 가까운 논픽션적인 냄새가 짙게 풍긴다. 이는 작가의 끈기와 용기로 이루어낸 사할린 현장취재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교수는 지난 91년 5월「중ㆍ소 이산가족회」의 일원으로 보름간 사할린을 현장 취재했다. 수많은 동포들을 만나 그들의 한 맺힌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눈물도 흘렸다. 동포들의 한을 기록하고 녹음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때 기록한 것이 대학노트 3권 분량.
『사할린 동포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년이 넘었습니다만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화하는데 늘 한계를 느껴왔습니다』
그런 참에 사할린 방문 기회가 어렵사리 주어졌고, 이 기회는 작가로서 필생의 역작을 남기는데 소중한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먼땅 가까운 하늘」은 이 르포에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 5년여만에 완성됐다.
등단이후 사회 부조리와 비리에 대한 고발에 치중한 중ㆍ단편을 주로 써온 이교수는 이번 작품의 집필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할린 동포들은 우리 민족의 한이요, 역사의 상처입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 이들에 손을 쓰지 못한다면 이는 작가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할린 동포들의 애환이 이미 종결된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아픔이 물려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사안이라는 작가의 강한 역사의식이 엿보인다.
『2차 대전이 끝난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나치의 잔학상을 소설로 영화로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유태인들의 투철한 역사의식의 소산입니다. 일제가 우리민족에 가한 죄악은 질양면에서 비교가 안되게 무거운데도 이 문제에 대해 작가들조차 망각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유태인들과 같은 심정으로 사할린 동포들의 한을 유발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부산 소설가협회 회장이며 부산 가톨릭 문인협회 회장이기도 한 이교수는 현재 부산교구 꾸르실료 부 주간과 교구 평협 부회장, 매스컴 위원회 위원으로 교계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작가 개인으로서는 일본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이 작품의 완성으로 끝났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이교수는 앞으로 재일 한국인문제에 대해 또 다른 작품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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