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시인이자 전 가톨릭 문우회 회장이었던 성찬경(한국시인 협회장)씨가 이색공연을 마련했다. 12월 2일 오후7시 서울 대학로 바탕골 예술관 지하극장에서 우리말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자는 취지의「말 예술」공연이 바로 그것.
「가려움과 음악」이라는 제목의 이 공연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초연된 것으로「말」그 자체를 예술적 도구로, 언어의 아름다움을 통해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한 뜻 깊은 자리였다.
성찬경씨는『지난 79년부터 구상선생님 등 뜻있는 동지들과「공간 시 낭독회」를 해오던 중 말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왔다』며『우리가 무심히 일상에서 쓰는 말이 예술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무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가 독창적으로 고안해낸「말 예술」은 낱말 하나하나의 발음이 바르고, 억양이 자연스럽고 듣기 좋으며, 말의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마치 물흐르듯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아름답구나!」하는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음성이 맑고 낭랑하며, 말의 뜻에 깊이와 여운을 느낄 수 있게 하는데는「시」(詩)가 가장 적합하다』고 전제하고『그러나 수필 등 다른 장르의 문학작품도「말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자신의 시「나의 별아」「보석밭」「시계불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등을 퍼포먼스와 함께 읽고, 중간 중간 자신의 친아들인 재즈 평론가 성기완씨가 기획한 배경음악을 들려주며 진행된 이날 공연을 보러온 많은 청중들은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하려는 노시인의 열정에 매료된 모습이었다.
성찬경씨는『우리말이 어느때 부터인가 잘못된 모습으로 통용되고 있다』며『심지어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조차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며 이번 공연이 우리말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길 기원하기도 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성씨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14편이나 되는 시를 모두 외우는 것이었다고 한다. 피아노 앞에 앉아 소리 내어 시를 외웠다는 성씨는 또『「말 예술」이란 생소한 예술 장르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숨죽여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 긴장이 됐었다』며『앞으로도 이와 같은 예술행위를 꾸준히 펼쳐,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 자체」가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한다면 이것이 바로「예술」이라고 주창하는 성찬경씨. 서울 토박이들의 말을 들을 때면「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는 성찬경씨가 보여준「말 예술」은 우리말이 제대로 된 낱말 사용과, 정확한 발음, 장단 등을 살려 들려진다면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인식시켜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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