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력과 선별력 키워주자”
하느님과의 일치ㆍ인류발전 돕는 도구로 선용
성폭행 등 각종 강력범죄 행위 뒤에는 분명히 미디어가 도사리고 있다.
신문, 출판, 방송, 광고, 영화, 비디오, 컴퓨터, 전자게임 등이 조성해 놓은 미디어 환경이 날로 거칠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미디어 문화는 오늘을 사는 모든 이의 행동과 가치관 형성 등 내면 세계의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올바로 적응하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비판력과 식별력 및 선별력을 키워주고 주변에 산재해 있는 각종 뉴미디어의 창조적 선용 방법을 제시해 주는 미디어 교육(media education)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다행히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매스 미디어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교황청 사회 홍보 위원회라는 매스 미디어에 대한 전문적인 전담부서가 교황청에 생긴 것도 그러한 자세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2차 바티칸 공의회 후 교령 발표
또한 미디어에 대한 교황청의 적극적인 태도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매스미디어에 관한 교령」을 특별히 따로 발표해서 사회 홍보에 대한 교회의 인식을 새롭게 한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발표한 매스 미디어에 관한 교령을 보면 제23항에서 사회 홍보에 대한 사목적 지침을 마련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또한 제19항에 보면 사회 홍보를 전담할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으며, 이어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 홍보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사목훈령을 내야 한다는 부분이 나온다. 이에 발맞추어 1972년에 나온 사목훈령이 이른바「일치와 발전」이다.
그러나 그 이후 20년이 지나면서 매스 미디어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고, 선교의 제3의 천년대를 맞이하는 교회는 본질적 사명인 복음화 사명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나가기 위해 이 매스 미디어에 관한 자세를 더 새로이 가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매스 미디어에 관한 사목훈령「새 시대」가 1992년3월17일 발표되었다.
이「새 시대」는「일치와 발전」을 보완하여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온 인류와 하느님과의 일치, 온 인류 상호간의 일치를 이루어 인류의 진정한 발전을 촉진하여야 할 도구로서의 매스 미디어 활용을 위한 구체적 사목지침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일치와 발전」이 교회가 최초로 발표한 매스 미디어에 관한 사목훈령으로써 크리스찬이 보는 대중매체의 기본원리를 제시하고 인류발전에 이들 매체가 제공하는 공헌을 다루고 있으며, 인류발전을 위한 교회의 공헌이란 시각에서 미디어에 대해 교회가 공헌할 바를 제시하고 있는 반면, 「새 시대」는 인류의 진정한 발전은 인간과 하느님과의 일치, 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면서 새로운 복음화, 특히 대중매체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문화의 복음화를 위한 미디어 교육의 실시 등 사회 홍보사목계획의 구체적 지침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새 시대」는 특히 매스 미디어가「새로운 복음화 계획에 기여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며, 현대의 복음화는 매스 미디어가 조성해 놓은 새로운 환경세계에서 교회의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현존으로부터 솟아 나와야 한다」(11항)는 전제 아래「가톨릭 미디어 활동은 단지 교회의 다른 모든 활동에 덧붙여서 하는 추가적인 활동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홍보를 위한 사목계획을 갖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되며 홍보는 사목계획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17항)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사목계획의 중요부분
이러한 관점에서「새 시대」는 교회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가톨릭 고유의 사회홍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 유지, 촉진해야 하며, 교회를 위한 미디어 종사자들은 미디어 전문 지식 뿐만 아니라 교리 및 영적 교육을 습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홍보 종사자들이 처해 있는 특수한 근로 조건과 도전에 대처하는 사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새 시대」는 신학 자체가 전달력을 갖고 더욱 성공적으로 복음적 가치들을 밝히고 현대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신학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회홍보를 위한 사목계획의 긴급성을 지적하여 이에 대한 주교들이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새 시대」는「모든 교구는 홍보에 대한 통합된 사목계획을 개발해야 한다」(23항)는 점을 강조하여 1)교회의 모든 직무들을 위해 광범위한 자문을 거쳐 현대의 문제들과 상황에 대응하는 홍보 전략의 서술, 2)해당지역 미디어 산업의 명세서 작성, 3)복음화 교리교육, 사회사업, 교회일치를 위한 협력을 지원할 교회 홍보수단의 구조 제시, 4)미디어와 가치관 확립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교육 실시, 5)미디어 종사자들과의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지침을 제시하면서 이 과정에 교회 인사들과 미디어 전문가들을 포함한 기획팀을 참여시킬 것을 권장하는 동시에 사목계획의 실천을 위한 재정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등도 제시하고 있다.
◆ 범교회적 협의회 구성키로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여름 필리핀에서 개최된 아시아 주교회의와 인도네시아에서 10월에 개최된 가톨릭 방송 영상인 아시아지역 연례회의에서 미디어 환경 적응교육을 위한 아시아지역 추진협의회 구성을 결의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1월23일 개최된 한국 가톨릭 언론, 방송, 영상 분야 평신도 전국대회에서도 미디어 교육 추진을 위한 범교회적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교회를 중심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미디어 환경개선을 위한 교육 투자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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