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체성사의 의의 - 성찬의 삶
은총과 구원(해방과 생명)은 우리만을 위해서, 그리스도인만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공유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공유해야 하는 것이 은총과 구원이다. 따라서 은총과 구원을 간직한 이는 간직하지 못한 이에게 이를 체험할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성찬을 통해서 체험하고 얻어 누리는 은총과 구원(해방과 생명)이라 해도 다른 이들에게는 볼 수 없는 은총과 구원, 만질 수 없는 은총과 구원일 뿐이다. 그래서 체험자들은 다른 이들도 그 은총과 구원을 볼 수 있게, 만질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을『성찬의 삶』, 『증거의 삶』이라고 부른다면 그러한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은 실천적인 차원에서 성사로서의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성체성사의 의의이다. 이제 성체성사에 관한 실천적인 차원을 정리하면서 마찬가지로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면면들을 모두 다룰 수는 없기에 대체로 테두리를 사랑과 봉사로 잡고 그 안에서 두가지 핵심적인 면만을 보도록 하겠다.
1)공동체 안에서 사도직 수행
교회인인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지체답게 교회를 살아있게 해야한다. 살아있는 교회의 모습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 자신들 신앙이 요구하는 성찬의 삶을 삶으로써 드러난다. 그 삶은 우선 공동체 안에서의 사랑과 봉사를 일상사로 하는 삶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전례가 거행될 때 독서자들이나 성가대 그리고 성체 분배자로 활동하고 공동체 안에 있는 환자와 노약자 그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돌보며 공동체단위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행사 혹은 본당공동체에서 거행하는 여타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들 및 부모로서 자녀들의 성사생활을 자애롭게 지도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물론 그러한 일을 해 나가면서 소극적인 형제자매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는 것은 전제사항이다.
2) 세상을 위한 봉사
①평화를 위한 봉사
갈등 투성이인 이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이 사는 성찬의 삶이란 곧 평화를 위해 봉사하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실천함으로써 체험한 바를 세상 안에서도 실행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평화를 이룩해나가는 일은 복된 일이자 바로 그러한 일을 행함으로써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마태5,9).
따라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세상의 평화건설을 위한 봉사를 의무이자 사명으로 알았고 또한 그것을 그리스도인들에게 줄곧 가르쳐 왔다. 이른바「사회적 가르침」혹은「사회교리」로 우리에게 알려진 가르침들이 바로 그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져 있다.
평화의 건설에 관한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의하면 평화가 전쟁 없는 상태만도 아니요, 적대 세력 간의 균형 유지만도 아니며, 전체적 지배의 결과도 아니다. 평화는 정의의 실현인 것이다. 즉 인간 사회에 부여하신 질서, 또 완전한 정의를 갈망하는 인간들이 실현해야 할 그 질서의 현실화가 바로 평화라는 것이다.
평화는 개별 인간 각자가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생각과 의지를 활동으로 이어나갈 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②정의 실현 위한 봉사
정의는 평화의 초석이다. 정의가 실현이 될 때 평화는 있기 마련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정의 없이는 평화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정의와 평화는 병행한다고 가르쳐 오면서 경제, 사회, 정치, 문화, 종교 등 공동생활의 모든 분야의 관계 안에서 있어야할 가치요, 개인, 가정, 사회집단, 대륙이나 세계적 규모로 활약하는 공공 권위와 기구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가치로 정의를 곧추세우고 개개인으로서는 자기의 성격과 직업에 상응하는 공헌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평화의 실현과 동일한 실현으로 인간의 사명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봉사로서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할 성찬의 삶은 구체적으로 어떤 예들이 있을 수 있는가?
그 예를 그리스도인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인들의 삶 안에서 볼 수 있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직업이나 신분 그리고 성별의 차이를 넘어 서서, 수많은 성인들이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세상에서 물러나 오로지 하느님께만 자신을 봉헌하면서 기도에만 열중한 이들도 있었으나 또 다른 많은 이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상의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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