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연극배우 이주실(마리아)씨가 「이별연습」이란 제목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공연문의: 02-762-0010).
암세포가 뒤덮인 몸으로 다시 무대에 선 그녀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의 두 딸인 미카엘라와 가브리엘라와의 이별은 물론 정든 관객들과도 이별연습을 하고 있다.
10년전 남편과 이혼한 뒤 두딸과 단란하게 살던 이씨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지난 93년. 함께 목욕하던 딸들이 엄마의 젖가슴에 이상한 혹이 만져진다고 했을 때다. 진단결과 유방암3기. 너무나 고통스러워 방바닥을 긁어 손톱이 성할날이 없었다.
이씨는 『정말 간절하게 하느님께 기도했다』고 말하며 『그분 곁에 가기위한 연습을 하리라는 결심을 하고,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오히려 덤덤하게 토로했다.
자신과 딸의 얘기를 그린 모노드라마 「쌍코랑 말코랑, 이별연습」의 공연이 있던 서울 혜화동 인간 소극장, 병으로 약해진 탓인지 이씨는 잔뜩 쉰 목소리로 대사를 토해냈다. 눈물로 화장이 지워진 이씨가 희미한 조명아래 팔을 내뻗자 객석에선 훌쩍이는 소리,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빈 무대에 이씨의 가족을 상징하는 세개의 촛불이 타오르며 연극이 끝나자 감동의 박수소리가 무대를 메웠고 많은 주부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연극 제목의 「쌍코, 말코」는 귀여운 두 딸의 별명이다. 그들과의 이별연습이 이 연극의 주제다.
『왼쪽 유방을 도려낸지 3년이 지났어요. 절망에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열심히 사는 제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장기공연을 고집했어요. 연기생활 31년 만에 처음하는 1인극인데 무대에 서니 포근해요』
연극은 투병생활, 남북으로 갈라진 형제의 운명, 여배우로서 맛본 희열과 좌절, 남편과의 불협화음, 유방암 재발 등으로 이어진다.
이씨는 『암선고를 받으면 대부분 인생을 포기한다』며 『내가 무대에 서게 되면 환자들은 용기를, 정상인들은 암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무대에 다시 선 소감을 대신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의 속치마를 뜯어 만든 발레복에 할머니의 덧버선을 신고 연기를 시작했던 이씨는 이날 극중에서 지난날의 추억을 하나씩 하늘로 올려보냈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연기를 펼치며 이씨는 철저히 세상의 모든것과 「이별연습」을 하고 있다.
한편 이주실씨는 자신이 써왔던 일기와 두 딸, 도란 단비가 쓴 글을 묶어 연말에 책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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