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장애인 시계 노점상이 지난 13년간 사회복지시설과 소년소녀 가장, 무의탁 노인들을 후원하는 등 숨은 온정을 보여와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겨울바람처럼 차갑기만한 우리 사회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서울 청계천 7가 신평화상가 정문 앞에서 시계 노점상을 하고 있는 원종백(가브리엘ㆍ49), 한순남(말지나ㆍ42)부부이다.
오전 9시에 집을 나와 새벽 3시까지 노점상을 하며 하루 3천원에서 1만원하는 시계 5개를 겨우 팔아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이들 부부이지만 매년 3백만원 이상씩 복지시설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는 일에 쓴다.
원종백씨는 전남 순천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3살 때 어머니가 개가하자 친척집에서 자란 원씨는 7살 되던 해 나무에서 떨어져 척추장애인이 됐다.
13살 때 무작정 상경한 원씨는 장터와 거리를 떠돌며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 닥치는 대로 일했고 벌이가 신통찮을 때는 며칠씩 굶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는 모진 고생을 했다.
이런 고달픈 생활로 인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원씨는 17살 때 쓰러져 서대문 시립병원에서 4년6개월여간 긴 투병생할을 해야만 했다.
2년동안 침대에서 한발자욱도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로 사경을 헤매야 만 했던 원씨는 병상에서 신앙을 얻고 통신교리를 통해 세계를 받았다.
퇴원 후 시계 수리 기술을 익힌 원씨는 시계 노점상을 시작했고, 중매로 알게 된 소아마비 장애인인 부인 한씨를 만나 31살 나이로 1979년 11월20일에 결혼을 했다.
결혼 전 신앙을 갖지 않았던 부인 한씨는 『신자라야만 결혼할 수 있다』는 원씨의 고집(?)에 교리반에 나가기 시작했고, 세례와 함께 혼인성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생활은 결코 안락한 생활이 아니었다. 노점상을 하는 원씨는 단속반의 눈을 피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며 어렵게 시계를 팔아야만 했고, 부인 한씨는 남편의 고생을 보다 못해 파출부 일을 시작했다.
이런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원씨는 1983년부터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찾아 몰래 한군데 두 군데 도와주기 시작해 13년이 지난 지금 8곳의 복지시설에 매달 도움을 주고 있다.
또 4년전부터는 매년 소년소녀 가장들과 불우 장애인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레지오 활동을 10년째 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한씨는 『비록 어려운 살림이지만 우리 부부가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느님께 참으로 감사하기 때문에 더 좋은 일을 찾아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서울 중구 노점상연합회 복지 부장직을 맡게된 원씨는 5백여명의 노점상인들을 설득, 매달 1천원씩 회비를 모아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장충단 공원에서 2~3백여명의 무의탁 노인들에게 국수를 대접하고 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웃과 함께 나누고 오갈데 없는 할머니 몇 분을 모시고 사는 것이 우리 부부의 평생소원』이라는 원종백, 한순남 부부는 『자기 쓸 것 다 쓰고는 결코 남을 도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