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밑에서 같은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도 차가운 겨울 바람을 고통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오갈데 없는 행려자들이 그렇고 노점상을 통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는 가난한 이웃들, 철거민들도 찬바람이 주는 고통을 더욱 절감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에게 불어오는 찬 바람만 생각하며 마음의 문풍지마저도 굳게 닫고 살아갈 때 그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의 손길을 내밀어 그들은 품어안는 아름다운 이웃이 있음을 발견할 때가 많다. 자선주일을 맞아 가톨릭신문은 서울역 지하도에서 행려자들을 위해 식사대접을 하는 마음이 따뜻한 봉사자들과 신평화시장에서 시계노점상을 하며 13년간 복지시설과 소년소녀가장,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아온 장애인 부부를 만나 이들의 이웃사랑을 들어본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9시30분 무렵, 서울역에서 남대문 시장으로 건너가는 지하도에는 항상 행려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회현역 지하도에서, 남산의 어느 구석진곳에서, 찬 겨울 바람을 이불 삼아 하룻밤을 지내야할 행려자들이 하루종일 굶었던 배를 움켜쥐고 이곳에 찾아오면 어김없이 따뜻한 밥과 국을 얻어 먹을수 있기 때문이다.
8시가 지나면서 한두명의 행려자들이 모여들기 시작, 9시가 넘어서면 차례로 줄을서고 밥을 나눠줄 때는 제법 질서까지 갖추기도 하는 이들 행려자들에게는 이 시간이 아마 가장 행복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많을때는 하루 2백여명씩 모여드는 행려자들에게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두차례씩, 식사를 대접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들 주인공은 바로 사회복지시설인 데레사의 집(지도=파레이몬드 신부) 김봉현 원장(요한ㆍ65세)과 상도동본당, 신대방동본당, 응암동본당 레지오 단원들로 구성된 10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다.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데레사의 집에서 밥과 국을 시간에 맞춰 준비해 놓으면 상도동본당 매괘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인 이석현(바오로ㆍ37)씨를 비롯한 두세명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서울역 지하도 까지 배달하고 그곳에 미리 나와 있던 봉사자들과 함께 배식을 시작하게 된다.
『몸이 좋지 않아 보이고 허기에 찬 모습이여서 많이 드시라며 밥을 한 주걱 더 주었더니 「내가 거지냐」며 국밥 그릇을 엎어 버려 무섭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라도 먹지 못하고 어느 지하도에서 밤을 지내자면 얼마나 춥고 고통스러울까』하는 생각에 마음속으로만 기도를 하며 한사람 한사람씩의 밥을 정성껏 담아 주고 있다는 한 봉사자.
이곳 서울역 지하도에서의 행려자들을 위한 사랑은 부모 사망 등으로 오갈데 없는 결손가정 아이들을 돌보던 데레사의 집 김봉현 원장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후원자들이 아이들에게 주라며 보내온 과일등을 우리 아이들보다 더 불우한 행려자들과 나눠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울역 행려자들을 찾았다가 인연이 돼 그때부터 줄곧 행려자들을 위한 사랑은 끊임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92년부터 계속된 행려자들을 위한 식사대접에는 그후 상도동본당 레지오 단원들과 연계가 돼 차츰 신대방동본당, 응암동본당 레지오팀으로 확산, 현재는 3개 레지오 팀에서 평균 10여명이 교대로 나와 봉사를 한다.
신앙인으로서의 희생과 사명감 없이는 도저히 해낼수 없는 사랑을 묵묵히 실천해 오고 있는 이들 봉사자들은 이런 수고를 자신들의 공로로 인정받기 보다는 『전체 교회의 지순한 선의 실천으로 받아 들일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겸손해 할 뿐이다.
「점심은 했습니까, 몸은 아프지 않으세요, 요셉의원이나 성가복지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아 보세요…」
식사를 대접하고난 지하도에서 약간의 흔적이라도 남기면 관할 구청에서 당장 전화로 호통을 치기 때문에 행려자들이 총총히 사라진 지하도 바닥에 봉사자들은 물걸레질을 하고 단 한점의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말끔히 뒷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향한다.
『내일부터 또 다음주 식사준비를 해야지요. 시장을 돌며 아는 신사분들에게 배추와 고기를 얻고 의류상가에 가서는 행려자들에게 줄 옷도 한두점씩 얻으로 다녀야 해요』
그러나 단 한번도 그들 행려자들에게 국밥을 대접하지 못할 정도로 『하느님은 내버려 두시지 않고 늘 도와 주셨다』는 김봉현 원장은 특히 후원회원들과 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행려자들을 위한 식사 대접도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한달에 3~4가마니 정도 들어가는 쌀과 국거리, 김치 등을 비롯 양말, 잠바 등 의류를 도와 주실분은 전화 303-4301 데레사의 집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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