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넘기고 새해를 맞이할 때 마다 양력 설을 지낼것인지, 음력 설을 지낼것인지 또는 둘 다 지낼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지낼것인지를 고심하게 된다. 세계화, 무한경쟁 시대를 사는 우리가 무역 적자로 허덕이면서 이중 과세로 세월을 낭비하며 과소비로 재물을 허비하고 있다. 어떤이는 설날에 위락지역으로 놀러가서 호텔에 돈을 주고 차례상을 주문하여 차례를 지낸다고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백화점에 주문하여 차례음식을 마련한다고 한다. 차례상을 차리는 정성이 없이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그런 풍조는 참으로 한심해 보인다.
월력(月曆)이나 일력(日曆)은 참으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아마 하느님께서 태초에 「빛이 생겨라」하시자 빛이 생겨 밤과 낮, 즉 어둠과 빛을 갈라놓으신 그 때부터 역률(曆律)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 역률은 인간의 생활, 농업, 어업, 통치, 종교 등 모든 것을 조율해왔다.
이제 우리는 또 다시 한해를 넘기면서 동지와 예수성탄, 설날을 맞이하고 따라서 음력설과 정월 대 보름을 맞게 된다. 이 명절들의 공통점은 빛의 축제라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햇빛과 달빛의 차이이다. 그 빛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질서, 새로운 생활, 새로운 업무로 들어가면서 축제를 지내오고 있다.
태양력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동짓날은 해가 가장 짧은 날이며 어둠이 제일 긴 날이다. 그러면서 동지는 어둠의 세력이 끝나고 태양의 시대, 빛의 시대가 열리는 분기점이 된다. 예전에는 태양의 시대가 새롭게 시작되는 이날을 정월 초하루 즉 설날로 정하여 축제를 지냈었다. 그래서 지금도 동지 팥죽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한다. 사실 팥죽의 붉은 색은 빛을 의미하며 그 빛이 어둠의 세력, 잡귀(雜鬼)를 몰아낸다고 생각하였다. 팥죽을 먹으면서 빛을 받아들여 어둠을 몰아내고 바르게 살것을 다짐하는 것이 동짓날의 민속 축제이다.
예수성탄 축일은 4세기 부터 지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성탄 날에 대한 기록이 없어서 그 날짜를 알 수가 없었다. 당시의 로마인들은 12월25일을 「승리의 태양」 축일로 지내고 있었다. 우리교회는 이날을 주님의 성탄날로 정하였다. 어둠을 몰아내고 빛의 시대가 열리는 동짓날의 의미가 예수 성탄의 의미를 나타내주기 때문이다. 예수 성탄의 의미는 바로 빛의 시대, 구원의 시대를 열고 생명과 사랑과 정의의 시대를 열어주는데 있다.
동짓날, 예수 성탄, 양력 설은 다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정해진 명절이지만 음력 설은 달을 기준으로 하고있다. 음력 설날은 달빛이 없는 가장 어두운 밤이며 이 때부터 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달이 생성되는 날을 설날로 지내는 것은 농경 및 어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정월 대보름날도 달의 축제이며 열매의 축이다. 보름이란 바로 열매라는 뜻이다. 거기에는 곡식이 만월과 같이 알차게 열리라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15일을 보름날 즉 열매의 날이라고 한다. 이날은 농사를 시작하여 씨앗을 점검하는 명절이다. 그래서 오곡밥을 해먹고 열매를 까먹는다. 그리고 밤새도록 방마다 불을 켜놓고 밤을 지샌다.
우리가 지내고 있는 동짓날, 예수 성탄, 양력 설, 음력 설, 정월 대보름의 축제는 모두 다 빛과 관련시켜 정해진 명절들이다. 지금 우리는 음력 설에 대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를 사는 우리가 설날을 두번이나 지낸다는 것은 참으로 불합리한 것이다.
아무리 조상들의 관습과 추억을 존중한다지만 우리의 다른 전통 문화는 다 잃어버리고 등한시 하면서 음력설만을 고집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는 먹고 노는것, 외형적인 관습을 고집하기 보다는 그 의미를 알고 살려나가는 전통을 통해서 우리 민족의 정신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설날 차례식
1. 준비
1) 집 안팎을 깨끗이 하고 차례 지내는 방을 잘 꾸민다.
2) 모두 목욕재계하고 단정한 옷을 입는다.
3) 고해성사로써 죄와 허물을 씻는다.
4) 차례상을 정성껏 차리되 형식을 갖추려 하지말고, 조상님께 대접하고 싶은 음식, 평소에 가족이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음식을 차린다.
5) 벽에는 십자고상을 모시고 그 밑엔 조상님의 영정을 모신다. 영정이 없으면 그 함자를 정성껏 써 붙인다.
6) 차례상 앞에는 깨끗한 돗자리나 다른 좋은 깔개를 편다.
2. 미사
가족이 함께 본당의 공동체와 더불어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선조와 가문과 후손을 위해 미사를 드린다.
3. 차례 예식
1)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 성가 : 22장
3) 성서봉독 : 요한 복음서 1장1-14정 또는 에페소서 5장6-14절
4) 가장(家長)의 말씀
① 선조의 훌륭했던 점, 선조의 가르침, 가훈, 가풍을 전해줌
② 오늘의 집안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하여
③ 하느님 말씀과 선조의 가르침에 따라 성실하게 살며 가문을 빛내기로 다짐하는 말씀.
5) 성가 : 62장
6) 축문 :
시작이요 마침이시며 저희를 언제나 사랑하시는 하느님, 오늘 저희는 새해를 맞이하여 마음을 다해 감사드리옵니다. 이 한해는 저희가 보람찬 삶을 이룰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하느님 나라에 계시며 후손들을 굽어보시는 조상님들이시여, 오늘 설날을 맞이하여 이 후손들이 조상님들을 생각하며 정성껏 차례상을 마련하였습니다. 저희의 정성을 흐뭇한 마음으로 굽어보시며 흠향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는 앞으로 더욱더 바르게 살며 가문을 빛내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공헌하며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오니 저희를 도와주시옵소서. 주님은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7) 큰절 : 남녀를 가리지 말고 나이 순서대로 조상님의 영전에 큰절을 올린다.
8) 사도신경, 부모를 위한 기도, 자녀를 위한 기도를 바친다.
9) 가족 한사람씩 신자들의 기도를 바친다.
10) 성가 : 26장
11) 주의 기도 : 다 함께 손을 잡고 바치며 성호로써 차레식을 마친다.
4. 음복(飮福)
사랑과 나눔과 일치의 식사-잔치-가난한 이웃과도 음식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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