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도덕적 타락 등 위기의식은 모두 가난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꼭 그들의 굴레를 벗기는데만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 가진 사람들이 이 사회에 도덕적으로 건강하게 살게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우 신부가「96년 빈곤퇴치의 해」를 마감하면서 하는 말이다.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촌인 미아1동 달동네 북부공소에서 살고 있는 이신부는「빈곤퇴치의 해」를 보내는 사회나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91년 미아1동에 도시공소 문을 연 것은 그 유명한 상계동 철거당시 당시 상계동본당 수녀였던 성심수녀회관구장 손인숙 수녀의 제안이 그 기초가 됐다. 빈민지역에 공소가 있었다면 지역 문제에 교회가 자연스럽게 개입할 수 있었을 것이란 평가와 여론이 그 배경이라는 얘기다.
이에대해 이기우 신부는『빈민지역에서의 모든 활동은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고 있으나 교회와의 사목적 통로가 없었다』고 전제하고『교회의 사목적 선택에 따라 교구 직할공소로서 도시공소는 교회와 빈민지역의 사목적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도시공소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공소에는 현재 지역의 활동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복음화위원회」를 통해 복음나누기를 하고 있다. 복음나누기를 통해 활동가로서,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역 현안문제에 보다 복음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공소 태동은 이밖에도 신자활동가들의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돕는데도 그 목적이 있다. 빈민활동가들 스스로 교회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기성교회로부터 사목적 소외감을 느껴왔다는 지적에 따라 사제가 이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이신부는『교회는 이들 활동가들에게 사목활동에 맞는 대접을 해줘야 된다』고 강조하면서『도시 공소는 결국 이들의 신앙활동을 도와, 빈민지역의 현안문제들을 교회가 끌어안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교회의 빈민지역 사목활동의 거점이자 센터인 도시공소, 교구직할 공소로서 가난한 이들속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한 교회의 사목적 노력은 결국 책임자인 담당 주교가 재개발지역인 하왕지역 등을 직접 방문하는 등 교회의 공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등 좋은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기우 신부『도시공소는 신앙을 이유로 모이고, 신앙 활성화만을 위해 존재해야 된다』고 잘라 말하면서『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복음을 증거하는 교회가 되도록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야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이신부는『도시공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어떤 사업을 한다기보다 그저 그들과 함께 사는데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며『복음을 믿고 복음대로 사는 것이 결국 중요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빈민사목자로서의 절제된 생활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갖고 있는 이신부는『빈민사목을 희년의 정신으로 전환시킬 시점이 됐다』고 말하며 삼양동 비탈길을 오늘도 힘차게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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