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들뜬 마음으로 성탄을 기다려 왔지만 정작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이들 중에는 성탄이 주는 의미를 고통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이웃이 많다. 성가정 입양원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그렇고 외국인 근로자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불법취업자로 전락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렇다.
성탄절을 맞아 이들이 갖는 바람과 소망은 남다를 것 같고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소박한 작은 꿈을 소망으로 간직한 채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이의 축제인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맞아 이들 소외된 이들과 또 가까이서 이들을 돕고 있는 봉사자들의 눈을 빌려 성탄에 갖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과 바람을 들어 보고 우리가 잊고 살아가기 쉬운 이들에 대한 아픔을 함께 생각해 본다.
◆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성가정입양원」보모 송연숙(에밀리아나)
“좋은 엄마·아빠를 주세요”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듯 좋은 양부모를 만나, 언제 떠날지 모르는 아이들을 돌보는 저 또한 마음 모아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립니다.
아기예수님이 오셨던 그 날,
가난함이 가난이 아니듯
슬픔이 슬픔이 아니듯
고통이 고통이 아니듯
굶주림이 굶주림이 아니듯
그 모든 것들이 기쁨과 충만함에 가득차 온 세상이 환희와 사랑의 노래를 부릅니다.
저희에게 보내주신 선물이 우리 아기들과 같이 기도합니다.
우리 아기들이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자라다가 좋은 양부모님 만나 그 가정의 사랑이 되게 해 주십시요.
아기 예수님이 탄생함으로써 성모님과 성요셉이 성가정을 이루었듯이 우리 아기들도 한 가정에 입양되어 타 오르는 촛불처럼 빛이 되길 기도합니다.
우리 아기들이 작은 고사리 손에 주님의 사랑이 가득하길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 장애인 선교회「바오로 선교회」봉사 김기호(바오로)
“작은 관심이라도 필요”
장애인에 대한 조그만 관심과 사랑이 편견속에 파묻혀온 장애인들에게 환한 등불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행복하면 타인의 불행과 고통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곤 합니다.
이번 성탄에는 모든 사람들이『내가 이처럼 행복한 것은 나 대신에 누군가가 나의 허물과 죄에 대해 보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바로 장애인들이라고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나를 위해 보속하고 있는 사람이 장애인이라면 어찌 그들을 외면하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을까요.
서로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눌 때 장애인도 정상인과 하나가 될 수 있고 이 사회는 참으로 인간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기예수님은 분명 장애인에게도, 정상인에게도 똑 같은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 빈민지역서「밤골 아이네 공부방」운영하는 안희경(힐데가르다)수녀
“참된 자신의 모습 찾아요”
요즘 우리 친구들은 춤 연습과 연극 등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싸우기도 하고 울다가 웃다가 시끌벅적 하다. 친구들의 삶이 그대로 살아있는 연극대본, 나에게는 성탄잔치가 일이고 행사인데 우리 친구들에겐 성탄이 놀이이고 삶이다.
자신들의 삶을 적극적으로 사는 그들의 생명력이 아름답고 감사하다. 눈 뜨면서 TV를 켜고 TV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것이 우리 친구들의 문화이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과 TV에 나오는 집들이 다른 참된 이유를 알기도 전에 그냥 자신들의 환경을 부끄러워하는 우리 친구들. 우리 친구들은 진정한 삶의 가치도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미 세상은 경쟁해야 하고 이겨야만 하는 곳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기회만 되면 발산되는 우리친구들의 생명력을 보면 놀라우면서도 그들이 죽지않고 잘 피어나야 할텐데…라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다.
올 성탄에는 우리 친구들이 어린 목동처럼 아기예수님을 바라보고 만져보고 기뻐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아기예수님 처럼 자신의 생명을 잘 살리고 참된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 행려자들의 식당「작은 소망의 집」봉사 문진석(예비자)
“행려자 없는 세상됐으면…”
매년 성탄때가 되면 마음한구석에 작은 응어리처럼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다. 아기예수의 탄생이라는 올바른 의미도 모른 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젊음을 망친 연말연시가 떠올라 괴롭고 이런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한 거리의 많은 사람들을 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제 자신도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 소망의 집에 드나들며 밥을 얻어먹곤 했었다. 이제 그런 삶을 살아왔던 사람의 입장에서 행려자들에 대한 관심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가져줄 것을 요청해 본다.
우선 굶어죽지 않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그들이 자활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돼야 한다. 주위의 작은 관심만 있으면 행려자들은 할일을 찾아 나설 수 있다. 단지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든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거려줄 손길이 부족했기 때문에 행려자가 점차 늘고 있을 뿐이다.
「천성이 얻어먹게 돼 있어서」행려자로 나서게 된 행려자들보다는 사람들에 의해 입은 수많은 상처를 극복해 내지 못해 행려자가 된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루 2백명씩 찾는 행려자들이 내년에는 1백명으로 줄고, 그 다음해에는 단 한명도 없이 새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 결손가정 아이들 돌보는「서울 데레사의 집」김봉현(요한)원
“상처난 가슴에도 기쁨이”
해마다 성탄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며 기다리는 모습이 더 좋아 성탄을 아이들과 함께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회로부터도 소외받은 상처난 가슴들이 모여사는 우리집에는 막상 기다리던 성탄이 다가 오면 온 집안이 더욱 쓸쓸해집니다.
우리집 맏이격의 가타리나(19세)는 마음 한구석에 감추어둔 멍든 상처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진짜 아픔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하고 말가리다(16세)는 거리에 자동차도 많이 늘고 사람들도 모두 잘 살게 됐는데 사랑은 그만큼 줄어 든 것 같다고 얘기를 합니다.
부모없는 설움, 가족이 없는 외로움도 크지만 데레사의 집에서 살아가는 우리가족들의 가장 큰 설움은 정상을 자란 아이들을 비뚤어진 시각을 바라보면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해 주려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불우한 환경속에서 자란 우리아이들 같은 수많은 아이들이 비록 불우한 환경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꿈과 희망만은 편견없는 세상속에서 곱게 펴 질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외국인 노동자로 취업 중 사고로 입원중인 방글라데시인 노주럴 씨
“인간대우 받으며 일했으며…”
하늘 높이 날아가는 비행기만 보면 아빠가 온다며 손을 흔든다는 아들의 모습을 이번 성탄에도 볼수가 없을 것 같아 아쉽고 서러워요.
한국에 가면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말을 듣고 관광비자로 한국에 왔다가 2년전,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처했지만 겨우 위기를 면하고 2년째 병원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기전 결혼했던 아내는 아기를 낳아 벌써 4살이 되었는데 사고를 당해 2년째 병원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아직 아이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빨리 다리가 회복되면 열심히 돈을 벌어 고생한 보람을 찾고 싶고 하루빨리 돌아가서 아들의 얼굴을 봤으면 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한국에서 20여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단 한달을 일하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고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일하다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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