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KBS별관 뒤 한화빌딩앞에 가면 오후 4시30분경부터 새벽 2시까지 인형을 파는 작은 봉고차를 발견할 수 있다. 일정한 시설도 없이 봉고차체를 이용해 오고가는 행인들에게 인형을 판매하는 이들은 뇌성마비 장애인 이종익(아우구스티노·여의도본당) 김유화(데레사)부부.
비가오면 오는대로 눈이 오면 오는대로 눈비를 맞아가면서 인형을 파는 이종익 김유화 부부는 성탄절이 다가오면서「인형 가판대라도 마련할 만큼 인형을 팔 수 있었으면」하는 소박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최근 이들은 자신들을 알아보는 주위 사람들의 눈길과 이목속에「매스컴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을 알아보는 이가 많아진 것은 얼마 전 예기치 않게 TV에 출연, 작은 것의 소중함에 무감각해져 있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11월초 MBC-TV에 방영된「일요일 일요일밤에」프로그램의「이시대의 양심을 찾아서」란 코너는 심야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보행자신호를 끝까지 지킨 한 뇌성마비 장애인 부부를 소개했다. 네시간동안의 잠복 촬영끝에 발견한 단 한 차량, 그것은 바로 이종익 김유화 부부가 타고 있던 티코였다.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지켜야할 법규인데 그 작은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저희가「시대의 양심」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갖게 됐으니까요』.
불편한 몸으로 힘들게 말을 전하는 이들은『「법을 지키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 안타깝습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바보소리를 듣는것을 택하겠어요』라고 덧붙여 말한다.
「그 프로그램 덕분에 인형이 조금 더 팔리게 됐다」고 천진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이종익 김유화 부부는『어서 인형을 많이 팔아 가게도 하나얻고 선물의 집 같은 상점을 내고 싶다』고 바람을 얘기한다. 그 이유는 경제적 독립과 함께 성호(마태오·7)현진(알또·4)두 아들에게 열심히 사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또한 함께 살며 자신들을 뒷바라지 하고 있는 김유호씨의 친정어머니 장옥정(마리아·74)씨를 하루라도 빨리 편하게 해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89년 결혼, 잡화인형행상을 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그러나 2년전 이종익씨가 사고로 다치는 바람에 거의 일을 못했고 최근에야 다시 인형판매를 시작했단다. 이씨는 아직도 몸이 성치못해 식사도 충분히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람들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며 한번 인형을 사고는 안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때는 많이 속상하죠. 그러나 기억해서 일부러 찾아주는 사람도 있고 단골도 생겼어요』.
장애인중에서도 자신들과 같은 뇌성마비 장애자들이 제일 불쌍한 처지에 있다고 밝히는 이들은『언어소통도 자유롭지 못하고 몸가누기도 힘든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신들에 대해 교회안에서 부터 관심과 배려가 커져야 할 것』이라고 평소의 의견을 전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비교적 가족들의 배려와 보살핌을 받고 성장해 왔다는 이종익 김유화 부부. 그같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경제적 여유가 되면 어려운 장애인, 버림받은 장애인들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고 싶다고 말한다.
김씨가『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을 가장 기억하고픈 복음으로 여기는 것도 바로 묵묵히 자신들을 돌보는 장씨의 이런 모습을 늘 가슴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 예수를 맞는 기쁨만큼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으면 한다고 이번 성탄절에 거는 또 하나의 기대감을 밝힌 이종익 김유화 부부는 덧붙여 중요한 소망을 한 가지 들려준다. 그것은 성호 현진 두 아들이 하느님 마음에 꼭 드는 모습으로 성장, 사제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두 아들이 훌륭한 성직자가 되는 것을 늘 기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기도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제의 삶이 좋은 길이고 가장 가치있는 길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건강과 마음의 평안, 그리고 비바람을 막으려 장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마련을 꿈꾸는 이들 부부의 맑은 얼굴은 가난하고 겸손하게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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