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의 모습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봅니다. 또 이들을 통해 감사하는 삶도 배우게 되구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거리에서 청담 성모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하치양(프란치스코·34·치과)박사를 대하면 편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의사인지 봉사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하박사는 그래서인지 얼굴에 항상 편안한 미소가 흐른다.
병원진료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무료진료 활동으로 보내고 있는 하박사는 항상 피곤해 한다.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무보수 봉사
매주 금요일이면 하박사는 행려자와 생활보호 대상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 병원인「요셉의원」을 찾아 치과 진료에 무보수로 봉사한다.
환자가 폭주할때면 하박사는 스스로 진료활동을 토요일까지 연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불평 한마디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이 봉사에 임하고 있다.
또 하박사는 동료, 선배 치과 전문의들과 함께 2주일에 한번씩 경북 성주에 있는 평화농장 등 어려운 복지시설들을 찾아 무료 치과 진료를 해오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무료 진료 봉사활동이 벌써 4년을 넘어섰다. 의과대학 재학시절 수도회에 입회하려다 가정사정으로 포기한 것이 어쩌면 그를 통해 더 큰일을 이루기 위한 하느님의 섭리였을지도 모른다.
『제가 하느님으로 부터 받은 능력을 어려운 이들에게 되돌려 준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좀 더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말 그대로의 인술(仁術)을 말해주는 그의 무료 진료 활동은 하박사 자신 스스로가 밝히듯이 신앙인이라면 가져야할 자연스러운 행동일 뿐이다.
스스로 가진 능력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 자체에서 큰 의미를 찾고 있는 하박사의 삶은 이젠 남을 위한 기도와 자선이 자연스레 녹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진료활동 도중에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전적인 투신을 하지 않고 남는 시간에 틈틈이 봉사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진정한 의미의 나눔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박사의 봉사활동은 이렇게 삶의 한 부분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그러한 의미의 소극적인 자선과는 거리가 멀다.
진정한 신앙인의 표본 제시
그는 온전한 자선, 온 삶을 투신하는 자선을 꿈꾸고 있었다.
『언젠가는 생계에 얽매이지 않고 온 삶을 투신해 봉사를 할 수 있는 때가 오겠지요』라며 웃는 하박사는 온갖 죄들로 어두워지고 있는 이 시대에 진정한 신앙인의 빛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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