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발달해 클릭 한 번으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이 시대에는 손 편지를 쓰는 일도, 받는 일도 흔하지 않다. 하지만 가끔 오는 우편물을 뜯어보면서 설레는 이유는 한 글자, 한 글자에 편지를 쓴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야곱 신부의 편지’ 주인공인 야곱 신부에게도 ‘손 편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사람들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답장하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편지는 신부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인 신부는 혼자서는 편지를 읽을 수도 답장을 할 수도 없다. 그런 신부 앞에 종신 복역 중 사면을 받고 출소한 레일라가 찾아온다. 교도원장의 소개로 신부의 조수로 일하며, 신부에게 온 편지를 읽어주기 시작한다.
레일라는 야곱 신부의 일을 의미 없는 일로만 생각한다. “도대체 누가 늙고 앞도 못 보는 그런 신부를 필요로 하겠어요?”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레일라에게 신부의 사명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더 이상 편지가 오지 않게 된 것.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고 저의 사명”이라고 말하던 신부는 실의에 빠지게 되고, 레일라는 그를 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야곱 신부의 편지’는 야곱 신부가 편지를 쓴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를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한다. ‘누군가 널 위하여 기도하네’라는 성가처럼 항상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큰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영화를 연출한 클라우스 해로 감독은 “이 영화는 소통을 갈구하던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우정을 형성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라며 “당신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필요로 하지 않았던 바로 옆 사람이 친구가 되는 것을 다룬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용서를 구하는 한 죄인의 작은 행위와 믿음, 은혜에 관한 이야기’(로스앤젤레스타임즈), ‘영혼의 어두운 면과 믿음, 위대한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영적 드라마’(스프리튜얼리티 앤 프랙티스)라며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영화는 2009년 핀란드 유시 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2010년 Rouen Nordic 필름 페스티벌 관객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전 세계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5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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