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미국 CNS】미국 주교단은 최근 종교 자유 수호를 천명하고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은 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종 의사를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교단은 이와 함께 성 토마스 모어의 축일 전날인 6월 21일부터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자유를 위한 2주간’으로 선포하고 이 기간 동안 종교 자유 수호를 위한 각종 기도회와 토론회, 교리교육 프로그램 등을 적극 개최하기로 했다.
주교단은 산하 종교자유특별위원회 명의로 발표한 ‘우리의 최초이자 가장 소중한 자유: 종교 자유에 대한 성명’이라는 제목의 이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에서 종교의 자유가 갖는 역할을 기념하고 ‘제일의 자유’를 재규정하고 결국은 제한하려는 어떠한 정치적, 입법적 시도에 대해서도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주교단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은 오바마 정부 보건국(HHS)이 건강보험개혁안으로 내놓은 관련 정책들이 사실상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양심과 신앙적 가르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결국은 종교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보건국의 건강보험개혁안은 종교 기구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추가 의료비 부담을 지지 않고 피임과 산아 제한 관련 의료 시술과 관련한 의료적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정부는 가톨릭교회의 반대로 교구나 성당 등에는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일부 타협안을 마련했으나,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 병원, 단체 등 일반 사회 기관들은 개혁안의 적용을 받도록 결정했다.
성명은 “정부가 불의한 법률을 시행하는 것은 심각한 일로, 불의한 법에는 복종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불의한 법, 특히 애매한 언어와 기만적인 법 적용에 의지하는 법률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한 반대의 입장을 표시했다.
성명은 나아가 “미국의 가톨릭 신자로서 우리는 동료 시민들과 함께, 불의한 법에는 복종하지 않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만약 그러한 법이 우리에게 강요된다면, 우리는 시민이자 신앙인의 의무로서 그 법을 무효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 종교자유특별위원회 의장인 볼티모어대교구장 임명자 윌리엄 로리 대주교는 한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시민불복종운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법이 양심을 훼손하도록 요구할 때, 우리는 ‘성 토마스 모어의 선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관을 지낸 토마스 모어는 왕의 이혼에 동의하지 않고 반역죄로 런던탑에 갇혔다가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로리 대주교는 미국 가톨릭교회의 이러한 투쟁 선언이 ‘장기적인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는 단지 피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종교인과 종교 기구들에 신앙과 양심의 자유에 반대되는 행동을 강요함으로써 야기되는 ‘종교 자유’의 억압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주교단은 ‘종교의 자유’가 단지 ‘경배의 자유’에 제한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러한 사고방식은 곧 “종교적 특성은 교회 건물 안에서만 드러나야 하며, 공적 영역에서는 배제돼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이는 미국의 건국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성명은 따라서 “종교 자유는 단지 주일에 미사에 참례하거나, 집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는 모든 미국인의 공동선을 위해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이어 “종교 자유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종교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교육, 보건, 가난한 이들의 구호, 시민권과 사회봉사 등의 모든 영역에서의 기여와 공헌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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