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할머니 ‘마리아’는 레지오 마리애 활동도 시작했다. 본당 쁘레시디움에 입단한 그는 특히 냉담교우들에게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해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성당으로 이끌어냈다.
20여 년 동안 냉담했던 마리아 할머니의 깊은 체험은 하느님을 외면하고 마음이 굳어버린 신자들에게 따스한 감동을 전했고 일종의 공감대도 느끼게 한 덕분이었다. 어느덧 마리아 할머니는 냉담교우들을 교회로 다시 안내하는 선봉자가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마리아 할머니의 모습은 냉담교우들이 회개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제시하는 이른바 좋은 모범답안으로 떠올랐다.
마리아 할머니는 평소 냉담교우들을 방문할 때면 자신이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곤 했다. 신기하게도 마리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냉담교우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성당에 나오는 것이었다. 정말 놀라운 결과였다. 마리아 할머니는 자신의 자그마한 노력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덥히고, 교회로 나오게 하는 힘이 되는 결과를 체험하며 뛸 듯이 기뻐했다.
수많은 냉담교우들에게 감동을 전해줬던 마리아 할머니는 어느 날 나에게도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당시 미사 중 봉헌 예절이 시작됐는데, 한쪽 줄만 이어지고 다른 한쪽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맨 앞 줄, 맨 첫 자리에 앉은 마리아 할머니가 움직이지 않아서였다. 성가책 사이에 넣어둔 봉헌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할머니 옆에서 한 젊은 신자가 한 장의 책장에 붙어있는 봉헌금을 찾아주고 나서야 봉헌예절이 시작될 수 있었다.
미사 후 ‘사건’의 전말을 들은 나는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미사 때 나는 헌금은 늘 정성스런 마음으로 준비해 구겨지지 않게 봉헌하자고 권고했었다. 그 말을 깊이 새긴 할머니는 지폐를 정성껏 다려 준비했고, 한 번은 지폐가 너무 빳빳하게 다려진 탓에 책장과 한 몸으로 붙어버려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리아 할머니의 정성어린 잘 다려진 헌금, 그야말로 ‘과부의 헌금’ 과 같이 사랑과 정성이 넘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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