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오룡동본당(주임 안상길 신부) 토요일 어린이미사가 끝나자, 초등부 주일학교의 단짝 김한나(데레사·9)·유지희(비아)양이 손을 꼭 잡고 교리실로 향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교리실에서도 옆자리는 서로의 차지다. 14일, 오늘의 교리는 부활달걀 꾸미기. 두 친구는 서로 도와가며 부활달걀에 예쁘게 색칠을 시작한다.
“친구와 함께 교리공부를 하니 너무 재미있어요. 이렇게 친구랑 같이 있으니 친구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고, 심심하거나 외롭지도 않아요.”
한나양은 필리핀 결혼이주 다문화가정의 자녀다.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천안모이세(전담 맹상학 신부)가 올해부터 본당과 초등부 주일학교 공동사목 ‘꿈터 주일학교’를 펼치면서 지희양을 만나게 됐다.
천안모이세는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훈령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신앙심 고취와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해 본당과 공동사목을 실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천안모이세는 멀게는 차로 30여 분이 걸리는 등 곳곳에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을 운전 봉사자를 통해 본당으로 인솔해온다. 현재 한나양을 포함한 15명 정도의 아이들이 본당 어린이미사와 주일학교에 함께하고 있다.
천안모이세 전담 맹상학 신부는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은 생계를 위해 직장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생활과 신앙을 챙겨줄 여력이 없다”며 “공동사목을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가진 신앙의 갈증을 풀어주는 한편, 부모들이 일하는 동안 아이들만 혼자 보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친구와 마찬가지로 조정민(크리스티나·11)·석유림(미카엘라)양도 공동사목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두 친구는 본당을 넘어 학교에서도 점점 더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공동사목을 시작한 이후, 본당이 가진 전문적인 신앙교육을 기반으로 예산 및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천안모이세의 노력이 더해져 조금씩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본당에서도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더하고 있다.
천안모이세 ‘꿈터 주일학교’ 담당 안희영 수녀는 “처음에는 서먹해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들이 점차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아이들의 표정이 밝게 바뀌어 가고, 서로 친해지는 모습들을 보면 아이들이 예수님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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