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거를 통해 확인된 거센 변화의 바람은 구태와 부패로 얼룩진 정치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 지역구 현역 의원 245명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62%가 물갈이된 현실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또한 초선 비율이 역대 총선 평균 초선 비율 48.1%보다 높은 49.3%(148명)로 절반에 육박한 상황은 그만큼 국민이 ‘새로운 얼굴’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욕구가 강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곳곳에서 심화되어 가고 있는 양극화 현상과 이에 따라 깊어져만 가는 절망감은 신자 의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몫을 찾아나가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부여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 몇 년간은 국가는 물론 교회 차원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부여받는 십자가는 더욱 중요성을 띤다. 가깝게 민족의 미래와도 직접 맞닿아 있는 남북관계를 둘러싼 민족화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다양한 정치적 문제들은 사안의 민감성과 함께 그 파급력으로 인해 향후 오랫동안 교회의 관심권 안에 머물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미 발효된 한ㆍ미 FTA 문제를 둘러싼 논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4대강 복원 문제 등은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자 의원들이 정략적 차원을 뛰어넘어 새롭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이번 4·11 총선에서 이 사업에 반대해온 야권이 제주에서 압승함으로써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민심을 전혀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 선거 결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당선된 지역 국회의원 3명 가운데 2명이 신자여서 앞으로 교회와 어떻게 걸음을 맞춰나갈지 주목된다.
총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된 한ㆍ미 FTA를 둘러싼 문제는, 야권이 패함으로써 당초 한ㆍ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해온 진영에도 적잖은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대부분이 독소조항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재협상은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신자 의원들은 그리스도적 가치를 바탕으로 인간적인 모습의 제도가 사회에 뿌리내려 가는 길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고 가난한 이들이 겪는 고통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우리 사회에 복음적 가치를 심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것이다.
현 정부의 상징적 국책사업으로 이번 총선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4대강 복원 문제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종편) 특혜 청문회, 방송 장악 의혹 특검 등 이른바 개혁 의제들은 상당수 묻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신자 의원들의 그리스도적 실천의지가 새롭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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