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할머니 ‘마리아’가 성당에 나오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집에 들어가 볼 기회가 생겼다. 나와 수녀님 두 분, 본당 총회장님과 공소회장님, 구역반장님과 함께 할머니 댁을 찾았다. 새로 성당에 나오게 된 신자들을 위한 가정방문 시간이었다.
그런데 할머니 방의 문을 열자마자, 나는 ‘만세’를 불렀다. 달리 무언가를 할 수가 없었다. 뒤따라온 수녀님의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다.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내 마음속도 이미 수녀님의 표정만큼 일그러진 상황이었다. 바로 방문을 열자마자 풍겨 나온 악취 때문이었다. 나는 그날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렇게나 지독하게 썩은 내를 맡아본 적이 없다. 그래도 당시 나는 애써 내색하지 않고 가정방문 기도는 무사히 끝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전 신자 가정방문 기간이 다시 돌아왔다. 2년 전 할머니 댁을 함께 방문했던 그분들과 같이 집 앞에 섰다.
나는 “Lady, first!(숙녀 먼저)”를 외치며 수녀님께서 먼저 집에 들어갈 것을 권했다. 그러자 수녀님은 한사코 거절하며 내 등을 떠밀다시피 했다. 2년 전에 맡았던 그 악취는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또렷이 자리 잡고 있어, 내심 먼저 들어가기가 꺼려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다른 이들에게 권할 수가 없어,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문을 열자마자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에 와 닿았다. 뒤따라 들어오신 수녀님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가정방문 기도를 마친 후 마리아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집에 향수를 뿌리셨나 봐요?”
“향수라니요. 제 얼굴에 동동구리모(로션)도 바른 적이 없는 걸요.”
그제야 할머니 방 성모상 앞에 놓인 흰 화병과 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화병은 주둥이가 깨져 버려진 걸 주워온 것이었다. 꽃 역시 쓰레기장에서 주운 플라스틱 조화로, 그저 씻어서 꽂아뒀을 뿐이었다.
도대체 그 향기는 어디서 풍기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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