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울지마 톤즈’로 유명한 KBS 구수환 프로듀서는 최근 KBS 스페셜 특별기획으로 ‘다문화 아이들’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지난 15일, 1부 ‘16살 앤드류 넬슨의 꿈’으로 시작한 ‘다문화 아이들’은 이른바 ‘다문화 사회’, ‘다문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현실과 그들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구분 없이, 그저 평범한 우리 아이들처럼 대해 주세요. 그들은 무조건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구 프로듀서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일방적인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프로듀서는 변화의 기본을 ‘교육’에서 찾는다. 구 프로듀서는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는 올바른 교육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5월 6일 방영 예정인 2부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문제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바로 ‘교육’입니다.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해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그 결과는 예상 밖의 충격이었다. 다문화 가정이 교과서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시기. 교과서에는 조손 가정, 노인 가정, 한 부모 가정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과 다문화 가정을 한데 묶어 이해하도록 구성돼 있다. 이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대목이다.
▲ 초등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 모습. 다양한 가정 비교 그림. (화면 일부 캡처)
구 프로듀서는 이러한 교과서를 들고 서울교육대학교 학생들과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찾아갔다.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이를 바탕으로 구 프로듀서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올바른 교육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구 프로듀서는 미국의 한 공립 초등학교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학교는 많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어울려 있는 학교의 환경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교육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한결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피부색만 다를 뿐, 똑같은 학생’이라는 점이지요. 우리가 각 가정의 모습을 분리해 인식하고 있는 것에 반해 아이들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그들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어요.”
이처럼 한국교회에서도 이주사목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교구, 기관, 단체 등을 통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해 현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 아이들’ 2부에서는 대전교구 천안 모이세(전담 맹상학 신부)의 ‘다문화가족합창단’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다문화가족합창단’은 다문화 가정 결혼이주여성과 그들의 자녀가 함께 활동하며 재능 발굴은 물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가정의 화합까지 도모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천안 모이세의 ‘다문화가족합창단’을 소개 받았어요. 창단 전ㆍ후 단원들의 변화를 그들의 관점으로 풀어봤습니다. 합창단은 말이 서툴러 대화가 적었던 부모 자식간에 노래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어요.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이 자신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지요.”
구 프로듀서는 사회고발 프로그램 전문 프로듀서로 일부 종교에 편향된 시각을 자제하고 있지만, 유난히 가톨릭과 인연이 많다.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하면서 한 종교로만 치우칠 수는 없지만, ‘울지마 톤즈’ 때와 이번 취재를 통해 종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사회가 미처 할 수 없는 부분에도 종교가 나서서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볼 때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되지요. 이처럼 종교계가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해 나섬으로써 참여와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