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img2}}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보금자리인 가정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가 술(酒)이다. 예로부터 술은 풍류를 즐기는 남자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것으로 약주(藥酒)라 하여 잘 마시면 몸에 좋은 음식으로 여기며 우리 민족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술은 오래 전부터 기혈(氣血)을 순환시키고 정을 펴며 예(禮)를 행하는 데에 필요하다 보는 긍정적인 견해와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여 정신을 흐리게 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주정이 심하여 몸을 해치고 가산을 탕진하기도 하고, 주색에 빠져 인생을 망친다 하여 ‘망신주’(亡身酒)라 부르는 부정적인 견해가 공존해 왔다. 우리나라 사람은 예의를 중히 여기던 민족이기에 비록 취하고자 마시는 술이라 하더라도 심신을 흐트러지게 하지 않고, 어른께 공경의 예를 갖추고 남에게 실례를 끼치지 않는, 음주의 예절을 지켜왔는데 이를 주도(酒道)라고 부른다.
「소학」에 의하면 어른이 술을 권할 때 일어서서 나아가 절을 하고 술잔을 받았고 어른이 들기 전에 먼저 마셔서는 아니 되고, 또한 어른이 주는 술은 감히 사양할 수 없다 하였고 “찬물에도 위 아래가 있다”하여 음주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반드시 지켰고 어른이 술잔을 주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야 하며 어른 앞에서 함부로 술 마시는 것을 삼가하여 윗몸을 뒤로 돌려 술잔을 가리고 마시기도 하였다. 이렇게 주도를 지키며 정을 나누고 회포를 푸는 술이란 참으로 인간관계를 깊게 만들고 우정과 애정을 돈독하게 하는 좋은 음식인데 이 술 때문에 겪는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30여 년 전 조선말기에 개신교가 한국에 들어올 때 술과 투전으로 어지러운 생활을 하는 백성들을 계몽하여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술에 취하지 마십시오, 거기에서 방탕이 나옵니다”(에페소서 5,18),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로마서 13,13)라고 술에 대한 경고의 말씀을 선교의 기본으로 받아들여 금주(禁酒)를 실천하여 왔다. 이에 비해 가톨릭교회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마태15,11)는 말씀을 들어 술도 주님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이기에 절주(節酒)하여 신자로서 품위에 어긋나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가르침인가? 절주란 술을 적당히 마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도대체 ‘적당히’란 어느 정도를 얘기하는 것인가? 우리말에 “술이 술을 먹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술을 적당히 즐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어떤 모임이든 모이면 항상 “주(酒)님과 함께!”를 외치며 밤만 되면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마셔대서 다음날이면 그 좋은 프로그램도 무용지물이 된다. 본당에서 레지오주회가 끝나면 당연히 2차 주회를 즐기고 청년들도 사목위원들도 모이면 술 한잔으로 가톨릭교회의 일치를 다지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단합이다….
술은 서로의 친교를 다지며 단합의 기치를 드높이는 좋은 촉매인데 자칫하면 과도한 음주로 아픔과 상처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술은 잘 사귀면 좋은 친구가 될수 있으나 잘못 사귀면 인생을 풍비박산(風飛雹散)내는 무서운 독과 같은 존재이므로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오늘날 가톨릭신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어쩌면 하느님께 대한 신실한 믿음보다 금주와 금연(禁煙)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입교를 하기 때문이라고 웃기는 소리를 지껄여 본다. 가정을 지키는 가장(家長)은 먼저 술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고 술 때문에 가장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기를 두손 모아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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