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주민등록번호가 만들어지고, 성인이 되면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다닌다.
천주교 신자인 우리는 무엇을 소지하며 천주교 신자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오래 전 이야기지만, 식당에서 식사할 때 성호 긋기가 멋쩍어 파리 날리는 식으로 대충 했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신앙이라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은 시내버스, 지하철 등에서 묵주를 돌리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하느님을 안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재주가 아니다. 하느님께서 선택하시어 아무런 조건 없이 주신 축복인 것이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주님등록증’을 갖게 된 우리가 10년이 돼도 변화 없이 주일만 지킨다면, 종교인은 될지언정 신앙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영적 성숙(성화)을 위해서는 ‘봉헌’의 맛을 느끼고 체험해야 한다.
마태오 복음 사가는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6, 24)”고 하셨다.
재물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주인은 하느님이시다. 재물은 종으로 다스려야 한다. 재물을 사랑하게 되면 성화는 멀어져간다. 하늘나라에는 돈이 없다. 하지만 하느님은 분명히 계산은 하신다. 하늘나라 시민인 우리는 세상 통장보다 하늘나라 통장에 저축해야한다. 그래야 하늘나라에서 정정당당하게 찾아 쓸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열심히 저축한 하늘나라 통장에 천 배, 만 배의 이자를 불려주신다. 하늘나라 갈 때 재물은 갖고 갈 수 없다. 하지만 미리 보낼 수는 있다. 자선을 베풀고 봉헌생활을 열심히 해 ‘하늘나라 통장’과 ‘주님등록증’을 자랑하는 신앙인이 되자.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 거기에는 도둑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좀이 쏠지도 못한다.” (루카12,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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