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이유는 간단하지만 불행의 이유는 복잡하고 제각각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이다.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다쳐 가족조차 잘 알아보지 못하는 이기현(베드로·61)씨를 병상에서 만나며 떠오른 말이었다. 이기현씨는 지난 1월 머리 수술 후 머리뼈를 덮지 않아 머리 한 쪽이 움푹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이씨는 병문안 온 여동생이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나 누구지?”라고 묻자 어눌하고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자신의 아들(27) 이름을 불렀다. 여동생은 “오빠가 가족들도 알아봤다 못 알아봤다 해요”라며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이씨에게 불행이 찾아 온 것은 2000년 무렵이다. 외아들이 어릴 적 아내와 이혼하고 가스충전소에서 가스통 나르는 일을 하던 이씨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 한쪽 청력을 잃었다. 후유증으로 환청에 시달리면서도 복직하기는 했지만 직장이 폐업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데다가 재취업도 불가능했다. 정신장애 3급인 이씨를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의 실직으로 청각장애 2급에 치매까지 앓고 있는 어머니(86)와 이씨의 생계는 여동생(43)이 떠안게 됐다. 여동생은 일당제 직장에서 월 100만 원 남짓 수입으로 장애인 가족을 보살피느라 출가도 할 수 없었다. 이씨의 아들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여동생의 어깨는 혼자 힘으로 지탱하기 어려울 만큼 무거워졌다.
가족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이씨가 잠깐 외출했다가 넘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수술비와 부대비용이 10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수술비는 가족들이 가까스로 마련했지만 간병인을 쓸 돈이 없어 아들이 취업준비를 제쳐두고 2월 초부터 두 달간 아버지를 간병했다. 머리 수술의 영향으로 밤새 설사하고 잠을 설치는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아들의 심신도 피폐해져 갔고 보다 못한 고모(이씨 여동생)는 조카가 잘못될까 두려워 어렵사리 공동간병인을 구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씨에게 병원비와 간병비로 매월 155만 원이 지출되고 있고 6월에는 재수술을 해야 한다. 가족들은 이씨를 평생 요양원에서 보살필 각오를 하고 있다. 치매 어머니의 간병인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동생이 어머니를 돌보고 싶지만 집안에 돈 벌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여동생은 “월급 100만 원 정도와 어머니와 오빠가 받는 장애연금을 합한 15만 원이 수입의 거의 전부여서 지금 살고 있는 조그만 빌라마저 처분해야 하는 극한 상황”이라며 “사랑의 선처를 부탁 드린다”고 호소했다.
※ 성금계좌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국민은행 801301-01584914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