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사는 사도직은 다채롭다. 수많은 사도직 가운데 시시각각 변하는 전례력을 꽃으로 표현하는 전례꽃꽂이 봉사는 그 특색이 더욱 짙다. 지난해까지 교구 가톨릭전례꽃꽂이연구회를 햇수로 5년간 지내온 김혜옥(비비안나·58)씨는 교회 안팎을 넘나들며 꽃으로 행하는 다양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전례꽃꽂이연구회는 각 본당 헌화회, 제대회가 제대에 꽃을 잘 꽂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죠. 때에 따라 개신교 신자들도 찾아오시곤 해요. 매월 월례교육을 실시하고, 전례력에 따라 한 달 전 미리 작품을 제작하고, 참고하시도록 합니다.”
1981년 결혼 후 세례를 받고 성당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전례꽃꽂이. 본당 수녀에게 자청해 시작한 이 일은 꽃가게 운영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그의 손에서 꽃을 놓지 않게 하고 있다.
다른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냉담기간은 있었다. 쉬는 날 없이 바삐 이어지는 가게 운영과 함께 찾아온 냉담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냉담기간에도 제대에 꽃을 꽂는 봉사는 계속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한창 크고 가게를 시작하면서 너무 바빴어요. 미처 일어나지 못해서 새벽미사를 번번이 놓쳤는데, 제대에 꽃은 계속해서 꽂았습니다. 꽃은 지금까지 주님이 저를 잡아주시는 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냉담을 풀고 회장 직분을 맡으며 그의 신앙은 더 깊어지고 돈독해졌다. ‘자신이 봉사하면 가족에게 그 축복이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처음 생각은 ‘내가 꽂는 꽃이 다른 사람에게 가톨릭을 알리는 선교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번져갔다. 도울 수 있는 소외계층들을 돌아보게 됐고, 꽃과 더불어 어떠한 방법으로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심했다.
현재 그는 지역사회 안 여성회관, 평생교육원 등에서 여성들을 교육하며 교회 안팎 다양한 봉사를 지속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적십자에서 오랜 봉사를 하며 5000시간 자원봉사자로 상을 수여받기도 했다.
“아동시설 등에 가서 원예치료를 교육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어요. 산만했던 아이들이 집중을 하고, 안정감을 찾거든요. 장애인들을 만나면 꽃이 그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열어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지기도 하고요.”
꽃꽂이가 소명이 된 그가 요즘 관심이 생긴 대상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여성들. 먼 타국에서 낯선 땅에 찾아와 적응해가면서 소일거리나 취미, 자립기회 등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오래 전 중앙성당에서 우연한 기회에 이주민을 위한 합동결혼식을 열며 부케와 꽃길을 꾸몄던 경험이 동기가 됐다.
“꽃을 좋아하는 것이 하느님이 저를 사랑하셔서 주신 탈렌트라고 예전에는 생각을 못 했어요. 전례꽃꽂이 봉사를 하면서 얻고 배운 것이 더 많습니다. 복음을 읽고 묵상하고, 작품을 구상하는 그 과정 자체가 제게는 은총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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