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은 초대교회 신자들의 ‘기도 보고서’인 듯 싶습니다. 그들은 어떠한 일이나 상황을 불문하고 기도했다고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가리옷 유다의 자리를 메울 동료를 뽑을 때에도 교회 일을 돌볼 일곱 봉사자를 선출할 때에도, 목숨마저 위태로운 절체 절명의 위기에서도 그들은 기도했다는 글에서 우리는 초대교회의 힘은 오직 기도에서 비롯되었음을 배우게 됩니다.
성경은 ‘이탈리아 군대의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가 어떻게 하느님을 알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하느님을 향한 깊은 신심으로 온 집안이 하느님을 경외하도록 하여 함께 기도하며 지낸 사실을 전합니다. 아울러 유다 백성에게도 자선을 베풀었던 선한 사람이라고 증언하여 그분의 뜻을 실천했던 인물임을 짐작하도록 합니다. 이때문에 우리는 그분께서 독특하고 어여쁜 이방인의 신심에 감탄하시어 부랴부랴 천사를 보내신 일이 수긍되고 서둘러 이웃 동네에 머물던 베드로 사도를 특파하여 세례를 베푸신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일은 그날 두 사람이 똑같이 기도를 드리는 중에 환시를 보았으며 그 환시를 통해서 이방인 코르넬리우스에게 세례를 받는 은총이 주어졌듯이 베드로 사도에게도 한층 새로운 시각으로 사명에 임하는 은총이 선물되었다는 점입니다. 교회의 수장 베드로 사도였지만 새내기 코르넬리우스와 똑같이, 기도를 통해서 그분 계획을 새로이 깨닫는 ‘믿음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오늘, 이 시간에도 변함없이 교황님께로부터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까지 차별 없이 골고루 미치고 있다는 선포라 헤아립니다. 더더욱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방인들도 전혀 예외일 수 없다는 선언이라 믿습니다.
그날 이방인 코르넬리우스를 선교하는 것은 베드로 사도의 개인적 생각이나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순수한 주님의 아이디어였고 스스로 당신께서 이루어내신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를 “뽑아” 세우신 그분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기다리십니다. 그날 베드로 사도가 깜짝 놀란 것처럼 우리가 “깜짝 놀라” 탄성을 지를 그 일을 이루기 전에, 먼저 기도 안에서 만나기 원하십니다.
매사에 열심히 기도할 때에도 그저 버릇처럼 익숙히 기도를 바칠 적에도 숨 쉬듯이 편안히 기도하더라도 모두 그분께서 어서 일하시도록 부추기는 비밀병기가 됩니다. 그리스도인의 간절하고 진솔한 기도야말로 죄악에 갇혀 신음하는 세상 영혼들에게 옥문을 깨부숴 해방시키는 열쇠로 쓰입니다. 기도는 모든 묶인 것을 풀어주고 단단히 닫힌 것을 열 수 있는 자동열쇠라는 뜻입니다. 이때문에 눈을 부라리며 겹겹이 지키고 선 사탄의 눈을 멀게 합니다. 혼돈의 세상을 사랑과 기쁨이 넘실대는 곳으로 변화시킵니다. 그리스도인의 생명력 있는 기도는 하늘을 움직이도록 그리스도인의 손에 쥐여 주신 사랑의 리모콘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전혀 일면식이 없던 코르넬리우스와 베드로 사도를 맺어주어 ‘일을 내신’ 그분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멀리 떨어져 있는, 전혀 모르는 누군가를 기도로 도울 수 있음을 일깨우십니다. 이웃을 위한 우리의 기도가 천사를 불러 내릴 수 있다고 귀띔하십니다. 그날 좁은 예루살렘에만 마음이 묶였던 베드로 사도가 “온 유다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선교의 장을 넓혔던 계기가 바로 기도의 열매였다고 밝히십니다. 기도로써 얄팍한 우리의 소견과 편견을 극복하게 될 것임을 깨달아라 하십니다.
기도는 우리들이 생각에 갇히고 관념에 묶여서 웅대한 그분의 꿈을 알아채지 못했던 허물을 고쳐줍니다. 수많은 이기적인 기도를 회개하도록 이끌어줍니다. 마침내 하느님을 가슴에 품는 진정한 복음인으로 승격시킵니다. 기도하면서 짜릿한 사랑을 체험하는 기도의 연인으로 살게 합니다. 기도함으로써 그분의 친구가 되어 그분의 기쁨을 충만하게 누리는 축복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그분 말씀이 무척 따뜻합니다. 꾸중하지 않고 매 들지 않는 그분 사랑에 두들겨 맞는 느낌이 듭니다. 흠 많고 탈 많은 우리를 감싸주시니, 마음이 웁니다.
변변치 못한 나에게 주신 이 큰 사랑을 잘 챙겨서,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갈 작정을 하는 우리의 기도가 업그레이드 되기를 소원합니다. 아멘.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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