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어르신들을 수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그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르신들의 현장을 취재했다.
■ 서울 시니어아카데미 ‘어르신 인문학 아카데미’
재무관리·여가 등 노년 준비 교육 인기
어르신들이 스스로 활기차고 행복하며 생산적인 노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사)서울시니어아카데미(이사장 염수정 주교)는 서울시 어르신 프로젝트 사업과 연계한 노년준비교육 ‘어르신 인문학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교육은 인문학노후설계, 사회참여, 여가문화, 정보화, 재무관리, 건강관리 강좌 등 건전하고 유익한 노년을 준비하는 노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강좌로 구성됐다.
특히 ‘한국인의 종교심성이야기’ 와 ‘웰빙 웰다잉’을 주제로 한 교육은 가톨릭 신자들의 노년 준비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어서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본당 내 시니어센터에서 어르신 인문학 아카데미 1기 통합 개강식이 열렸다. 서울 신내동·광장동·둔촌동본당에서 교육을 신청한 어르신 100여 명이 참석해 앞으로 열릴 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날 개강식을 시작으로 6월 21일까지 총 15번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 시니어아카데미는 지난 2009년부터 노년준비교육을 통해 총 30개 본당에서 3,0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하며 그 역량을 인정받아 서울시가 선정한 5개 교육기관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 3일 서울 종로본당 내 시니어센터에서 열린 어르신 인문학 아카데미의 1기 통합 개강식 모습.
■ 서울 노인사목부 ‘교리영성위원회’
신앙·삶 조화 도우며 피정·교리 프로그램 운영
서울 노인사목부 교리영성위원회(회장 김영호, 지도 홍근표 신부)는 노인들의 욕구와 정서를 반영한 문화 활동 지원을 비롯해 영성 및 교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007년 노인 연수 지원팀으로 발족한 위원회는 총 16회의 노인대학 피정을 지도해왔다. 또 노인 영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영성 나눔 교재 ‘이사이의 그루터기’ 교육 시행을 비롯해 각 본당 노인 영성교육 담당자 양성도 시행하고 있다.
가톨릭교리신학원을 졸업한 50~60대 영시니어로 구성된 위원회는 어르신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대화나 정서교감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또 구성원 중 대부분이 현재 소속 본당의 노인대학에 속해 있어 실제 현장 체험이 피정 지도에 반영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위원회는 노인들을 위한 기존의 피정 프로그램중심 활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성 및 교리 교육 심화를 위해 올해 4월 명칭을 교리영성위원회로 변경하고 앞으로 노인 영성과 교리 교육적인 부분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교리영성위원회 김영호(데레사) 회장은 “노인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위원회가 어르신들의 신앙과 삶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위원회는 4월 26일부터 1박 2일간 서울 망우동본당 노인대학 피정을 지도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망우동본당 노인대학장 조정순(아순타)씨는 “봉사자들의 열정적·전문적인 지도가 인상적이었다”며 “같은 또래 노인이 지도하다 보니 참가자들의 마음을 더 깊게 헤아려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 서울 노인사목부 교리영성위원회가 마련한 피정에서 참가자들이 예수님과의 만남 시간을 갖고 있다.
■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 ‘청원시니어클럽’
‘일하며 느끼는 행복’ 위해 일자리 창출
3일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읍 한 아파트 단지가 곧 열릴 장터 준비로 분주하다. 젊은 상인들 틈으로 청원실버시장사업단 어르신들도 천막을 치고 판매대를 꾸미는 등 일사불란하게 부스를 마련한다.
어르신들은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아파트 장터에서 즉석 부침류를 비롯해 사업단에서 만든 만두, 청국장, 두부 등을 판매한다. 사업단의 인기는 장터 여러 부스 중 단연 으뜸이다. 어르신들이 친환경재료를 사용해 정성껏 만들고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먹거리에 민감한 주부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사업단에서 일한 지 4년 된 실버시장사업단 김승환(바오로) 단장은 71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으로 매사에 솔선수범한다.
“아직 일할 수 있는데 집에만 있으면 뭐해요. 내 손으로 용돈 벌어 친구들하고 만나고 손주들한테 용돈도 주고 좋잖아요. 사실 돈 버는 거 다 떠나서 삶이 보람되고 활기차졌다는 게 가장 달라진 점이지요.”
청원시니어클럽(관장 남미옥)은 2006년 개소한 이후 근로의지와 근로능력이 있는 65세 이상 지역 노인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활동적인 노후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 청원군 지정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이다.
시니어클럽은 노인의 사회적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하고 이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지난 2001년 시작됐다. 사단법인 한국시니어클럽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00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시니어클럽 중 교회가 운영하는 시니어클럽은 총 8개다. 점차 고조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가톨릭교회의 노인복지 운영에 대한 신뢰가 맞아떨어진 좋은 예다.
청원시니어클럽 남미옥(수산나) 관장은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만큼 가톨릭이 추구하는 정신과 이념을 추구하고자 노력한다”며 “앞으로 더욱 심해지는 고령화 사회 안에서 노년기 삶의 질과 생활 만족도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청원시니어클럽은 실버시장사업단과 같은 소득창출형을 비롯해 사회공헌형·공익형·복지형 등 총 16개의 사업단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 어르신에게 약 1,000여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취업을 돕는 소득창출형 사업과 노인들의 가진 경험과 지식을 3세대에게 공유하는 사회공헌형 사업은 인기가 높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청원시니어클럽 박상진(베드로) 팀장은 “어르신들의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무척 높다”며 “일하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자기 사업단에 애착으로 이어져 책임감 있게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청원시니어클럽의 또 다른 소득창출형 사업인 도시락배달사업단 단장 김용봉(수산나·71)씨는 “또래 노인들과 함께 일하며 주일 미사 신부님 강론 얘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며 “하느님께서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건강을 허락해주셔서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 청원시니어클럽 도시락배달사업단 어르신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 청원시니어클럽 실버시장사업단 어르신들이 3일 장터에서 제품 판매 준비를 끝내고 포즈를 취했다.